'안희정 무죄' 조병구 부장판사, 재판연구관 출신 '엘리트' 판사

법리 두루 밝고 기획·행정 능력도 높게 평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번 재판을 이끈 조병구(44·연수원 28기) 부장판사에게 관심이 쏠린다.조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4일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단국대 부속 고등학교와 서울대를 졸업한 조 부장판사는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거쳐 2002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며 법조계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서부지법과 대전지법 공주·홍성지원 판사를 거쳐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지냈다.2014년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부장판사로 발령받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

서울행정법원에 근무하던 2012년에는 공보관을 맡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부터 1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이듬해 2월부터 2년 동안 '대법원의 입'이라 불리는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맡은 뒤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돼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조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민·형사를 막론하고 각종 법리에 두루 밝고, 사법정책 관련 기획·행정 능력도 인정받은 '엘리트' 판사로 평가받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리해석 능력이 탁월한 소수의 판사가 주로 맡는 자리이며 법원행정처 공보관은 사법정책 이해도가 높은 판사가 임명된다.

조 부장판사는 두 자리를 모두 거쳤다.조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맡았던 2016년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는 폭로성 증언이 나오자 "만일 실제 (사찰이) 이뤄졌다면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며 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안 전 지사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12부(김성대 부장판사)가 맡았지만, 김성대 부장판사가 과거 안 전 지사와 일부 업무상 관계를 맺었던 점을 이유로 들어 다른 재판부에 사건을 맡겨 달라고 부탁하면서 형사합의11부로 넘겨졌다.

조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이 총 114쪽에 이른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고민을 털어놨다.그는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에게 명시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마음속으로 (성관계에) 반대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성폭력 처벌 체계에서는 피고인(안 전 지사)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