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비망록' 신경전… "한꺼번에 쓴 것" vs "날짜별로 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서 변호인·검찰, 비망록 신빙성 공방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0억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을 놓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법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비망록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재판에서는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양측에서 2명씩 증인석 앞으로 나와 검찰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압수한 비망록 원본을 눈으로 직접 살폈다.이 전 대통령 측은 "같은 필기도구에 같은 색 잉크로 계속 연결돼서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억을 더듬어 한꺼번에 쓴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찾지 못한 기본적 메모를 기초로 비망록이 거꾸로 나중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눈으로 봐도 날짜별로 굵기, 필압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다.몰아서 한꺼번에 다 썼다고 보기에는 띄어쓰기도 다양하게 쓰였다"고 반박했다.

또 2003∼2006년 이 전 회장이 작성했던 다른 기록과 비교하면서 "비망록과 동일한 형식이고 잉크색도 똑같다.

검찰이 제출한 비망록이 따로 몰아서 쓴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검찰은 대통령 일정, 항공권 탑승 내역 등 날짜별로 비망록에 적힌 내용 자체도 여러 자료와 구체적으로 일치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일정 부분이 사실이라고 해도 비망록 전부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기가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면 신빙성이 명백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만 뽑아서 편집했다기에는 내용 중 피고인과 상관없는 얘기, 개인적인 감정이라서 어디 드러내기 부끄러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붙였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