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몰려올 줄 알고 호텔 지었는데… '객실 덤핑' 근근이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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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사드보복서울 명동 일대 호텔은 객실을 덤핑 수준으로 할인 판매 중이다. 3~4성급 비즈니스 호텔 객실료는 평일 기준 1박에 6만~8만원까지 떨어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작년 3월 이후 끊긴 탓이다. 명동 인근 호텔은 사드 사태 이전 절반 가까운 객실을 중국인을 상대로 판매했다.
적자 쌓이는 호텔업계
국내 호텔 5년 만에 2배↑
매물 쏟아져도 수요 없어
할인으로 인해 올 상반기 50% 안팎에 불과했던 명동 일대 객실 점유율은 지난달 이후 80% 수준으로 올랐다. ‘호캉스’를 즐기려는 내국인까지 늘어서다. 명동의 한 호텔 총지배인은 “이번 여름은 가격 할인으로 넘겼지만,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내국인이 줄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을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2012년 이후 호텔이 급격히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외국인이 와도 잘 곳이 없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 영향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786개에 불과하던 국내 호텔은 작년 기준 1617개로 5년 만에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100곳 안팎의 호텔이 새로 문을 열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했다. ‘일단 짓고 보자’며 호텔 설립에 나섰던 기업과 개인 상당수가 지금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적자가 쌓여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호텔이 많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호텔 공급이 수요를 너무 앞서다 보니 매물은 많은데 수요자가 없다”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을 많이 받는 비즈니스 호텔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명동, 마포, 동대문 일대 신규 호텔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포에 있는 한 호텔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에게 4만~5만원에 판매해 간신히 객실을 채우고 있다”며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이익을 전혀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5성급 특급 호텔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름 휴가철 가족 단위로 호캉스를 즐기려는 내국인 방문객이 많아서다. 수영장이 있고, 식음 매장이 많을수록 외국인보다 내국인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커로 채우지 않으면 호텔 영업이 사실상 힘든 곳이 많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