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면세점엔 '따이궁'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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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끝나지 않은 사드보복
사드보복 철회 약속 8개월
유커 月60만 → 30만…개별관광만 소폭 늘어
"면세점, 따이궁에 상품 대주는 도매상 전락"
보복 직격탄 맞은 롯데는 중국 사업 '초토화'
롯데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는 롯데월드 선양 공사부터 막았다. 2016년 11월 말 테마파크 호텔 등 2단계 공사를 막 시작할 때였다.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게 표면상 이유였다. 롯데는 이후 2년 가까이 공사를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공사 재개 인허가를 신청하려 하면 “일조권 침해 당사자와 합의부터 하라”며 중국 당국에서 서류 접수를 거부해서다. 일조권 침해는 공사를 못하게 하려는 빌미에 불과한 것으로 현지에선 해석하고 있다.2014년 백화점, 아파트 등 1단계 공사를 완료한 상태라 프로젝트 중단도 불가능하다. 롯데 관계자는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기대는 컸다. “사드 보복이 바로 끝나진 않더라도 점진적으론 풀릴 것”이란 전망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사드 보복 해제는 가시화된 게 없었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뚝 끊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사드 보복 조치 이전 작년 2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59만 명에 달했다. 올 들어선 월평균 30만 명대 수준이다. 그나마 개별 관광객(싼커)이 증가해 작년 월 20만 명 수준에서 회복한 게 이 정도다.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이는 단체가 아니라 개별 관광객(FIT)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단체 관광이 재개돼야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커가 최대 ‘큰손’인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중국에서 한국 면세품 수요는 여전한데 단체 관광이 꽉 막히자 따이궁이 대량으로 물건을 떼가 중국에서 재판매하고 있어서다. 면세점업계에선 따이궁 시장 규모만 연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이궁이 유커를 ‘대체’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은 유커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면세점업계 설명이다. 따이궁이 대량 물품 구입에 따른 할인 혜택을 크게 받는 데다 면세점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높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에 면세품을 대주는 도매상으로 전락했다”고 푸념했다.2년 전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인천에서 치맥(치킨+맥주), 삼계탕 파티를 벌여 화제가 됐던 포상관광 단체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2016년 855건이던 중국 포상관광 단체는 지난해 161건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 7월까지는 지난해의 80% 수준인 123건에 머물고 있다. 박철범 관광공사 미팅인센티브팀장은 “한한령(限韓令) 전면 해제 없이는 이전과 같은 대형 포상관광 단체의 한국 방문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서 사실상 전면 철수
사드 보복이 철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롯데는 두 손을 들었다. 중국 내 110개 매장(슈퍼 11개 포함)을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74개 점포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자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하기로 했다. 중국 내 법인 4개 중 2개 법인(화북법인, 화동법인) 매각을 지난 5월 결정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중국 내 백화점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5개 점포 중 임차 계약을 맺고 있는 톈진 2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을 우선 철수 대상으로 정하고 영업권 양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백화점까지 폐점하면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 사업을 모두 철수하게 된다. 롯데는 앞서 중국 내 TV 홈쇼핑 사업도 모두 접기로 했다. 롯데는 또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중국 내 식품 사업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각 지점을 통폐합하고,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작업에 나섰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면세점, 관광, 호텔업계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다각화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광/이선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