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공포에 세계 외환시장 '출렁'…"신흥국가 투자, 신중해야"

사진=연합뉴스
터키발(發) 공포로 세계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80% 이상 하락(13일 기준)했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러시아의 루블화도 약세를 지속 중이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역시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는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0%에서 45%로, 5%포인트 올렸다.

'터키 리스크'는 브라질 외환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격은 달러화 대비 0.86% 오른 달러당 3.897헤알을 기록했다. 헤알화 환율은 이날까지 사흘째 상승(가치 하락)했고, 장중 달러당 4.00헤알에 근접하기도 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금값의 경우 지난해 초 대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달러화의 영향이 컸다.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94~95선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96선을 돌파했다. 강(强)달러에 취약한 신흥국을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상당수다.

러시아, 이란과 같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고, 해외부채 비중이 높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도 대외적인 상황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해외 주식 담당 연구원은 "터키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만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직접 받는 국가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신흥국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9월에 미국의 통화정책회의(FOMC)까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무역갈등 보다 환율과 금리에 시선이 쏠리는 시기에는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외민감도 높은 인도네시아, 재정적자 확대로 불확실성 높아진 브라질 역시 환율의 변동성에 민감한 만큼 당분간 이들 신흥국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최 연구원의 판단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