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시위 40여건… '이념의 대결장' 된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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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보수간 대결73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도 ‘이념의 대결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서울에서만 40여 건의 각종 집회에 3만6000여 명(주최 측 신고 기준)이 참가했다. 광화문광장에선 약 50m를 사이에 두고 좌파단체와 우파단체가 서로 다른 구호를 내걸고 맞붙었다.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회원들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선고 등에 반발해 이날 열린 문재인 대통령 탄핵집회에 가세하기도 했다.
세종·태평로 2만여명 집회
보수단체 '비상국민회의'
"北석탄 밀수 정권 끌어내라"
'안희정 무죄 선고' 등에 반발
男혐오 사이트 '워마드'도 가세
반미 성향의 일부 좌파단체들
한미군사동맹 해체 등 구호 외쳐
◆反정부 집회에 워마드 회원 가세이날 도심 세종대로와 태평로 일대는 각종 시위에 참여한 2만여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열린 집회만 13건에 달했다. 이날 오전 반미 성향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등은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서울통일연대 8·15기념대회’를 열고 주한미국대사관 앞까지 걸으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가두행진을 할 때 손에 든 플래카드에는 ‘미군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 등 다소 과격한 주장도 등장했다.
미국대사관으로부터 불과 50m 떨어진 교보빌딩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 등의 주최로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북한석탄 밀수정권’, ‘끌어내야 국민산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중 일부는 집회장소 옆에 설치된 파라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을 파기하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워마드 회원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문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붉은 옷을 입은 여성 수십 명이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 주최의 집회에 참석해 “홍본좌(홍대 누드모델 몰카 피의자 안모씨 지칭) 무죄” 등을 외쳤다. ‘비서성폭행남(안 전 지사 지칭) 무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여성도 있었다. 이 집회는 애초 여성 이슈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안 전 지사 무죄선고 등이 겹치면서 지난 14일 “정부에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광복절 집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광복절 기념하는 행사도 열려
광복절을 기념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행사도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낮 12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해 타종했다. 종이 울리자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만세”를 삼창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연대집회 1348차 정기수요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이 참석해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일제강점기피해자전국유족연합회도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광복절 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더불어 양승태 사법부 시절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무자와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경찰은 이날 집회장소를 중심으로 90개 중대, 7200여 명을 투입해 충돌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광복절에 ‘대화경찰관제’를 시범 운영했다. 경찰 36명을 집회 현장 등 8곳에 분산 배치에 이 중 12명이 집회 주최자와, 나머지 24명이 집회 참가자와 소통하게 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