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아니다?… 30년 前 규제가 트위지 운행 늦춰

규제혁신 없인 미래 없다

전기차 질주도 방해

'자동차 좌석 크기는 40㎝ 이상'
해묵은 법 탓에 통상갈등 빚기도
올초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까지 우편배달용 초소형 전기자동차 1만 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노후 이륜차 대신 친환경 초소형 전기차를 운행하기로 한 것이다.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친환경 배달’ 아이디어는 3년 전 처음 나왔다. 하지만 30년 묵은 자동차관리법이 앞길을 막았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제너시스BBQ는 2015년 5월 서울시, 르노삼성자동차와 업무협약을 맺고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사진)를 치킨 배달서비스에 도입하려고 했다. 관할 구청에 임시 운행 허가도 받았지만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었다. 트위지가 자동차관리법의 차종 분류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국토부는 트위지가 자동차관리법에서 분류한 5개 차종(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도로 위를 달릴 수 없다고 해석했다. 1987년 입법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된 자동차관리법이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임시운행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트위지를 출시하려던 르노삼성의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1년여가 지난 2016년에도 초소형 전기차를 분류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토부가 특례조항을 신설해 해외의 안전·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초소형 전기차의 운행을 허락하면서 트위지는 지난해 6월에야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차는 유럽에서 이미 상용화된 차종”이라며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계속 등장할 텐데 정책 대응 속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좌석 크기를 규정한 54년 묵은 규제가 통상 마찰을 불러일으킨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2016년 미국 정부는 ‘자동차 좌석 크기는 가로·세로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한국의 자동차관리법 규칙을 비(非)관세 장벽으로 지적했다. 1962년 자동차가 막 보급되던 시절 일본의 도로운송차량법을 원용해 제정한 법이 그대로 남아 통상 마찰의 불씨가 된 것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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