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프레시웨이는 외식업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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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컨설팅에 메뉴 개발까지 무료 서비스“우리 식당에 몰래 와서 드셔 보시고, 장사 잘 되는 법 좀 알려주세요.”
27개 프랜차이즈 1200여개 가맹점에 제공
신세계푸드·아워홈도 자영업자 지원 나서
스테이크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초 식자재를 공급받는 CJ프레시웨이에 이런 요청을 했다. 며칠 뒤 CJ프레시웨이 소속 영양사와 영업사원, 위생관리 전문가가 손님으로 가장해 예고 없이 찾아가 식사를 했다.이들은 회사로 돌아와 보고서를 썼다. 테이블 간 간격을 20㎝ 정도 넓히고, 깨끗한 조리도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좌석 위치를 변경하라는 등의 개선안을 담았다. 유행 식재료를 반영해 메뉴도 리뉴얼했다. 3개월 뒤 이 점포 매출은 50% 이상 뛰었다. CJ프레시웨이의 ‘미스터리 쇼핑’ 프로그램 얘기다.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식자재 유통과 급식업체들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외식업체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한 컨설팅, 메뉴 개발, 상권 분석 등을 무료로 해 주며 상생의 길을 열고 있다.◆“음악 줄이고, 메뉴 바꾸세요”식자재 유통과 급식업을 하는 CJ프레시웨이는 2011년부터 중소 외식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무료 ‘암행 컨설팅’을 해왔다. 지금까지 외식 프랜차이즈 27개사, 1200여 개 가맹점이 서비스를 받았다. 와인카페 ‘오늘 와인한잔’의 최효림 부장은 “매장 내 음악 볼륨이 적당한지, 직원 유니폼이 단정한지 등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객관적인 평가와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를 납품하는 프랜차이즈는 약 600개 본사, 6000개 가맹점이다. 미스터리 쇼핑 담당 부서는 8년간 전국의 외식 브랜드를 훑으며 노하우를 쌓았다. 원가 절감 방안에서 브랜드 전략까지 포괄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상담받는 업체는 수백~수천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성희 CJ프레시웨이 영업전략팀 부장은 “상향 표준화된 노하우를 전달하기 때문에 점포 만족도가 높다”며 “점포 운영과 매출 확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비효율적인 부분을 걷어내는 지원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CJ프레시웨이가 한 외식 브랜드를 대상으로 매장 내 1인당 단가가 너무 높고 유행에 뒤처졌다고 판단한 뒤 서브 브랜드를 만들라고 권유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탄생한 새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의 매출을 뛰어넘는 ‘효자’가 됐다. 도움을 받은 외식 브랜드 관계자는 “당시 컨설팅 없이 기존 브랜드만 유지했다면 벌써 폐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 자영업자·기업 모두 ‘윈윈’
식자재 유통 및 급식 기업의 강점은 육류, 해산물, 채소 등 신선 식재료를 모두 취급한다는 점이다. 계절별로 어떤 재료를 쓰는 게 좋을지, 요즘 어떤 식재료가 주목받는지에 대한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중소 급식, 외식 프랜차이즈에 메뉴 개발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패밀리 닥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 팀을 만들어 메뉴 개발 노하우, 식자재와 소스 비법 등을 제안해왔다. 지금까지 700건 이상의 컨설팅을 제공했다. 1인 보쌈 전문 프랜차이즈 ‘싸움의 고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메뉴 ‘남자국밥’도 신세계푸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메뉴다.
아워홈은 2016년부터 외식 브랜드를 대상으로 식자재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파주 닭국수’로 유명한 송정푸드는 아워홈의 컨설팅을 받아 1년 만에 전국 50여 개 매장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런 서비스를 통해 중소 자영업자들은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는 “은퇴 후 생계형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면 전문성이 부족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사업자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큰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만큼 상생을 위해 미스터리 쇼핑과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