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제로페이·페이코… 20여종 '페이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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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페이 전쟁'신종 페이가 급부상하면서 국내 결제시장이 또 한 번 변화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현금 위주였던 결제시장은 2000년대 들어 신용카드·체크카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인당 평균 카드보유 수는 3.6개, 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627조원(지난해)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카드 중심의 결제시장은 얼마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이의 공습’이라고 할 만큼 신종 페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1) 급부상하는 신종 페이
QR·바코드 방식 결제서비스
스마트폰 매개로 급속 확산
카카오페이 가맹점 연내 20만곳
NHN엔터 '페이코' 누적결제액
2년 만에 3배 이상 늘어 6조
기존 신용·체크카드 대체 주목
◆각종 페이만 20여 종신종 페이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로페이(서울시), 카카오페이(카카오), 네이버페이(네이버), 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 삼성페이(삼성전자) 등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들 모두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간편결제다. 엘페이(롯데), SSG페이(신세계) 등 유통업계 간편결제까지 합치면 20여 종에 달한다. 2015년부터 등장한 신종 페이는 그동안 온라인을 공략하다 올 들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QR코드가 있다는 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는 구매자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판매자의 QR코드를 찍어서 결제한다. 구매자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 은행 계좌로 바로 돈이 넘어가는 구조다. 카드망을 거치지 않아 가맹점 수수료도 없다.문재인 대통령의 관심도 QR코드 확산 무드에 일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 행사장에서 800원짜리 음료수를 QR코드로 결제해 본 뒤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성공 사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은행권이 내년 상반기에 QR코드 결제시스템을 내놓기로 하는 등 관련 기술표준 개발도 속속 뒤따를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QR코드 결제 가맹점은 지난달 8만 곳을 돌파해 연내 20만 곳에 달할 것으로 업체 측은 전망했다. 스마트폰 앱의 바코드를 켜서 결제하는 페이코 역시 누적 결제금액이 지난해 말 3조5000억원에서 이달 6조원까지 증가했다. 결제 이용자는 이달 800만 명으로 올 연말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페이코 측은 예상했다.삼성페이도 신한은행, 페이코 등과 제휴를 맺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 스마트폰 앱을 가맹점 단말기에 갖다 대면 자기장을 통해 결제한다. 다만 기존 카드망을 이용하는 구조여서 온전히 카드를 대체하는 결제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페이코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계기로 신종 페이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생겨났다”며 “20~30대에 집중됐던 이용층이 전 연령대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관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신종 페이의 미래는 QR코드 및 바코드 활용 보편화와 소비자 거래관행 변화, 소득공제 등 시장과 정책 여건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계에선 앞으로 3~5년간은 신용카드와 신종 페이가 공존하다 2020년대엔 스마트폰 결제가 중심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QR코드 방식 소비자가 품을까
관건은 QR코드 방식이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결제방식도 많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5월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핸드페이’ 결제시스템을 선보였지만 확산되지 못했다.일각에선 QR코드를 사용하는 절차가 카드만 내밀면 되던 데 비해 복잡하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소득공제율 40%를 비롯한 강력한 유인책이 적용된다면 절차를 더 밟는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QR코드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점은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계 관계자는 “카드는 단순 결제기능밖에 없지만 QR코드는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QR코드로 결제한 뒤 즉시 상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식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의 생활 방식엔 QR코드 결제가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진 카카오페이 사업부문장은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스마트폰이 생활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지갑 없는 시대’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느냐의 문제이지 신종 페이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