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깜깜이 투자' 막는다… "신약개발 경과 등 세부사항도 공시해야"

바이오 회계 줄줄이 변경

금감원, 투자자 보호방안 발표

3분기부터 임상 실패 여부 등
구체적 내역 공시 의무 강화
R&D 조직·인력 현황도 알려야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올 3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임상시험 실패 여부, 신약 개발 경과, 경쟁 제품 현황 등 세부적인 사업 위험성을 명시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제약·바이오에 대한 ‘깜깜이 투자’를 막기 위해 관련 기업의 공시 의무가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실태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모범사례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업체는 사업보고서에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 라이선스 인), 기술 제휴, 판매 등 각종 계약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계약건별로 계약조건과 수취금액, 회계처리 방법, 개발 진행 경과 등을 담아야 한다.

연구개발(R&D) 부문 공시가 대폭 강화됐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 조직과 인력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연구개발 조직도뿐 아니라 핵심 인력의 주요 경력과 연구 실적을 열거하는 방식이다. 연구개발 비용은 인건비 위탁용역비 등을 각 비용의 성격별로 분류해 표기하고, 판매관리비로 처리했는지,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는지 등 회계처리 내역도 기재항목으로 넣어야 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신약 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연구개발 진행 상황은 품목별로 상세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다. 제품의 적응증과 특성은 무엇인지, 유사 제품이나 경쟁 제품의 개발 단계는 어디까지 왔는지, 정부보조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임상시험 실패와 개발 중단 여부, 개발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금감원이 특정 업종에 이례적으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중요 정보와 위험에 대한 공시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에 실패하거나 개발이 중단된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신약 개발이 최종 성공해야만 받을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금액을 그대로 공시해 시장에서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등 불성실·허위 공시가 상당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흥 금감원 공시심사실 팀장은 “연구기관들의 조사 결과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은 10%에 불과한데도 일반 투자자들은 90%에 달하는 신약 실패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약·바이오가 신성장 산업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사업 위험을 구체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모범사례 형식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사실을 허위 보고하거나 누락하면 최대 20억원의 과징금과 임원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매매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