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쏟아내며 'ETF 빅3' 안착… 기관 자금 몰리는 EMP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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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KB자산운용KB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후발주자였다. 10년 전 시장에 진입했을 땐 이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1·2위를 선점한 뒤였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에 운용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ETF, 후발주자서 업계 3위로
4년 새 시장 점유율 두 배로 껑충
원유·게임·국채 등 다양한 상품 선보여
EMP 운용자금 4800억 규모
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 등 위탁
업계 첫 공모 EMP 펀드 출시도
KB자산운용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2012년 말 ETF 전략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했다. ETF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2015년 말 3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신규 상품을 내놓으면서 4위 사업자와의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ETF 빅3’ 체제 굳혀
KB자산운용은 치열한 ETF업계 3위 싸움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초까지만 해도 KB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26%에 불과했다. 삼성자산운용(50.09%) 미래에셋자산운용(23.38%) 한국투자신탁운용(7.46%) 교보악사자산운용(4.96%) 키움투자자산운용(4.76%)에 이은 6위에 그쳤다.
이때부터 판도 변화를 주도했다. KB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2017년 말 8.4%, 지난달 말 9.9%까지 올라섰다. 한화자산운용(지난달 말 시장점유율 4.9%) 한국투자신탁운용(4.3%) 키움투자자산운용(3.8%) 등 4~6위권 운용사와의 격차를 점점 벌려나가고 있다.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적극 영입하면서 조직을 대폭 강화한 결과다. KB자산운용은 2012년 말 ETF 전략팀을 신설하고 당시 GS자산운용 상품개발팀에 있던 금정섭 팀장을 영입했다. 2015년 말에는 삼성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 출신인 홍융기 상무를 멀티솔루션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ETF들도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 하루 수익률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KBSTAR 일본Topix 레버리지’는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해외지수 레버리지 ETF다. 미국 내 원유 탐사·생산업종에 투자하는 ‘KBSTAR 원유생산기업’,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 국내 게임업종에 투자하는 ‘KBSTAR 게임테마’ 등도 KB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처음 내놓은 상품이다.
지난해엔 ETF 신상품을 업계에서 가장 많이 출시했다. 지난해에만 24개 상품을 새로 내놨다.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2008년부터 2016년까지 KB자산운용이 선보인 ETF 수(22개)보다 지난해 내놓은 상품이 더 많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12개 상품을 출시했다. 홍융기 상무는 “ETF만으로도 투자자들이 원하는 운용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상품 구성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EMP 시장 ‘선두’
KB자산운용은 ETF 자문 포트폴리오(EMP)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EMP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뜻한다. 일반적인 펀드가 주식이나 채권,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다면 EMP펀드는 ETF에 투자해 돈을 불린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은 사모·일임 EMP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은 위탁 운용사를 선정해 잇달아 EMP 투자에 나서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우정사업본부로부터 500억원, 공무원연금으로부터 500억원 등을 위탁받아 EMP로 투자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기관투자가로부터 일임받아 운용하는 EMP 자금은 약 4800억원에 이른다.공모 EMP 펀드도 일찌감치 내놨다. KB자산운용이 2016년 출시한 ‘KB 글로벌주식솔루션’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공모 EMP 펀드다. 이 상품은 ETF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분산 투자한다. 기존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미국 등 선진국 자산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 등 아시아 투자자에게 맞는 자산배분 공식(벤치마크)을 새로 개발했다.
주요 자산배분 펀드가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MSCI 선진국지수는 미국 자산 비중이 54%에 달한다. 펀드에도 미국 자산이 그만큼 많이 담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글로벌주식솔루션펀드는 이 비중을 29% 선까지 낮췄다.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지 않는 중국(편입 비중 14%), 인도(11%) 등 신흥 아시아 주식도 30% 가까이 담고 있다.
올 들어서도 ‘KB 다이나믹 4차산업 EMP’ ‘KB 스타트업 액티브아시아 EMP’ ‘KB KoVIC’ 등 EMP 신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홍 상무는 “EMP는 적은 비용으로 쉽게 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며 “개별 ETF 상장뿐 아니라 EMP 펀드를 다수 선보여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