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커피 한 잔에 중국이 발끈한 까닭

중남미 순방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현지에 진출한 대만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은 것을 두고 엉뚱한 소문이 번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16일 빈과일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최근 대만 커피전문점 85℃ 점포에 잠시 들러 커피를 구입한 일이 중국에서 85℃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와전되면서 급기야 85℃ 중국본부가 긴급 사과성명까지 발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은 차이 총통이 대만기업 격려차 85℃를 10여 분간 방문해 커피를 구매한 자리에서 한 직원이 마스코트 쿠션에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은게 85℃가 차이 총통에게 큰 선물을 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발생한 일이라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소문은 상하이(上海)시정부 정보 플랫폼인‘동방망(東方網)을 통해 중국에 알려져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85℃를 '대만기업'이라고 통렬히 비난하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중국 네티즌까지 가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이에 다급해진 85℃ 중국본부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중국 공식 사이트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미국 분점 페이스북에 각각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대만 측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만 총통부 황충옌(黃重諺) 대변인은 중국을 겨냥해 "문명사회에서 일어날 수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시장질서에 간섭하고 언론자유를 해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뤼슈롄(呂秀蓮) 전 부총통은 "커피 1잔 마시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정신착란증과 같은 행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만 행정원 콜라스 요타카 대변인은 15일 대만 언론 인터뷰에서 85℃의 사과 성명 발표에 이해한다면서 특정 국가가 자가당착적인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유 시장과 세계적인 기업을 탄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번엔 대만 네티즌들까지 반발하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대만 네티즌은 85℃의 사과 성명에 대해 "중국 위안화를 벌기 위한 것이다", "장사꾼은 그렇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성토했다.

지난 2003년 출범한 85℃는 전 세계 점포가 1천100개에 달하며 2017년 매출 230억 대만달러(약 8천478억 원), 2018년 상반기 매출은 143억 대만달러(약 5천271억 원)인 대만의 대표적인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이다.

대만기업과 연예인의 대만독립 성향 폭로로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사례는 2018년 들어 이번이 5번째이고, 이달 들어서는 2번째다.지난 2일에는 대만 청춘영화 '나의 소녀시대'의 여주인공으로 한국에 알려진 배우 쑹윈화(宋芸樺)가 '대만독립 지지자'라는 중국 네티즌들의 '벌떼' 비난에 결국 "중국은 나의 조국"이라고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