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상반기 실속 없었다…삼성전자 없으면 되레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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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작년 동기보다 호전됐지만 이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져
16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시장 상장사 536개사(금융업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은 9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3% 늘었다. 영업이익은 84조원으로 8.56%, 당기순이익은 63조원으로 1.27% 늘었다.
외형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상장사들의 실제 이익지표를 살펴보면 외형 확장에 비해 실속은 없었다. 이익률은 줄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13%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7%포인트 올랐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6.86%로 같은 기간 대비 0.27%포인트 줄었다.이는 기업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91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이 가운데 순수하게 남은 돈은 68원이었다는 의미다. 지난해엔 1000원어치를 팔아 71원을 남긴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악화됐다.
상반기 전체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2분기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2분기에는 되레 순이익이 줄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올 1분기를 제외한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매출 증가율은 4.82%에서 5.97%로 늘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7.08%로 1분기(9.96%)에 못 미쳤다. 순이익도 0.30% 줄면서 1분기(2.63% 증가)의 성장세가 멈췄다.1분기와 비교한 2분기 매출은 2.86%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은 42조3332억원에서 42조543억원으로 0.66% 소폭 감소했고, 순이익은 32조7498억원에서 30조6512억원으로 6.41% 축소됐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에는 영업이익은 줄고 매출액과 순이익은 늘었다. 분석 대상 844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6% 줄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대비 2.65% 늘어난 83조원, 당기순이익은 5.10% 늘어난 3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85%포인트 떨어진 5.40%를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률은 4.30%로 0.10% 확대됐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매출 1000원당 영업이익 54원, 순이익 43원을 남긴 셈이다.◆ IT업종 쏠림 현상 '여전'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의 이익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임에도 코스피시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코스피 상장사 매출의 12.8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체 상장사의 매출은 80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20%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순이익은 7.30%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6.69%와 5.05%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3%포인트, 0.68%포인트 떨어졌다.
실적을 견인해온 반도체 업황이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코스피시장 실적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작년과 비슷하고 순이익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IT 업황 사이클에 따른 취약성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 업종의 영업이익이 141.83% 뛰었다. 반도체 기업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도 53.37%나 늘었다. 반면 자동차, 조선 등 운수장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60.52% 감소했다. 전기가스업은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IT업종의 비중이 컸다. 다만 코스닥 내 IT 기업들의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저효과 탓이라고 설명했다. IT가 지난해 전년 대비 이례적인 수준의 실적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올해 실적이 이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IT업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6%, 14.75%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27.32% 크게 늘었다. 비(非) IT업종의 경우 매출은 0.6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16.07%, 1.12% 줄었다.이 팀장은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에서 IT업종의 이익이 줄어들면 그 비중이 유지되면서 전체 실적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만큼 IT 외의 업종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반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반기 실적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 기대감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혜원/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삼성전자를 제외한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져
16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시장 상장사 536개사(금융업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은 9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3% 늘었다. 영업이익은 84조원으로 8.56%, 당기순이익은 63조원으로 1.27% 늘었다.
외형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상장사들의 실제 이익지표를 살펴보면 외형 확장에 비해 실속은 없었다. 이익률은 줄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13%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7%포인트 올랐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6.86%로 같은 기간 대비 0.27%포인트 줄었다.이는 기업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91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이 가운데 순수하게 남은 돈은 68원이었다는 의미다. 지난해엔 1000원어치를 팔아 71원을 남긴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악화됐다.
상반기 전체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2분기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2분기에는 되레 순이익이 줄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올 1분기를 제외한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매출 증가율은 4.82%에서 5.97%로 늘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7.08%로 1분기(9.96%)에 못 미쳤다. 순이익도 0.30% 줄면서 1분기(2.63% 증가)의 성장세가 멈췄다.1분기와 비교한 2분기 매출은 2.86%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은 42조3332억원에서 42조543억원으로 0.66% 소폭 감소했고, 순이익은 32조7498억원에서 30조6512억원으로 6.41% 축소됐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에는 영업이익은 줄고 매출액과 순이익은 늘었다. 분석 대상 844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6% 줄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대비 2.65% 늘어난 83조원, 당기순이익은 5.10% 늘어난 3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85%포인트 떨어진 5.40%를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률은 4.30%로 0.10% 확대됐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매출 1000원당 영업이익 54원, 순이익 43원을 남긴 셈이다.◆ IT업종 쏠림 현상 '여전'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의 이익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임에도 코스피시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코스피 상장사 매출의 12.8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체 상장사의 매출은 80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20%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순이익은 7.30%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6.69%와 5.05%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3%포인트, 0.68%포인트 떨어졌다.
실적을 견인해온 반도체 업황이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코스피시장 실적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작년과 비슷하고 순이익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IT 업황 사이클에 따른 취약성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 업종의 영업이익이 141.83% 뛰었다. 반도체 기업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도 53.37%나 늘었다. 반면 자동차, 조선 등 운수장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60.52% 감소했다. 전기가스업은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IT업종의 비중이 컸다. 다만 코스닥 내 IT 기업들의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저효과 탓이라고 설명했다. IT가 지난해 전년 대비 이례적인 수준의 실적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올해 실적이 이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IT업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6%, 14.75%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27.32% 크게 늘었다. 비(非) IT업종의 경우 매출은 0.6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16.07%, 1.12% 줄었다.이 팀장은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에서 IT업종의 이익이 줄어들면 그 비중이 유지되면서 전체 실적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만큼 IT 외의 업종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반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반기 실적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 기대감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혜원/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