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아니에요'… 폭염에 말라죽는 가로수

서울도심 가로수 잎 '황화 현상'
"물주머니 설치했지만 역부족"
연일 최고기온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도심 가로수도 물을 흡수하지 못해 고사하거나 잎이 타들어가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역부족이다.

16일 낮 최고기온이 35.6도까지 오른 서울 도심에서는 잎이 적갈색으로 변한 가로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말라붙은 나뭇잎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있어 가을 풍경을 연상케 했다. 이 같은 ‘황화 현상’은 고온과 가뭄, 토양 영양분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데 심은 지 얼마 안 된 작은 나무와 뿌리가 얕은 관목류에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가뭄상황판단기준 ‘관심’ 단계가 발령되자 고사한 가로수의 현황 파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관심 단계는 최근 두 달간 누적강수량이 평년 대비 80% 미만 등일 때 발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봄에는 서울 지역에 평년보다 비가 많이 와서 지하수 수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고온 현상이 장기화돼 일부 수목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달부터 각 구청에 살수차를 동원해 주기적으로 급수 작업을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영호 서울대 식물미생물학과 교수는 “주위에 수분이 충분해도 고온이 계속되면 식물이 제대로 물을 흡수하지 못해 고사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 피해가 심각한 지방은 서울보다 사정이 더욱 열악한 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비상상황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천안·아산과 대구에서도 가로수 고사를 막기 위해 물주머니를 설치하고 토양 보습제를 투입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시행 중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