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블록체인으로 앞당기는 복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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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 >비트코인 이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뚜렷한 히트작이 없다. 얼마 전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로부터 몇 가지 새로운 사례를 들었지만, 대부분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관점을 전환하면 비즈니스가 아니라 공공 영역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예로, 복지 정책의 자금 집행 내역을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 사회의 조세부담률과 사회 전반의 투명도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세금 집행이 불투명하면 조세 저항 때문에 높은 세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집행이 투명하면 높은 세율을 정당화하고 점진적으로 복지 수준을 높여 나가는 사회적 논의를 끌어내기 수월하다.대표적 복지국가인 북유럽 사회는 조세부담률이 굉장히 높다. 고소득자의 경우 대략 수입의 절반을 나라가 가져가는 수준이다. 이런 높은 세율은 세금이 투명하게 쓰일 거라는 사회 구성원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다. 이곳은 모든 국민의 수입이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한다. 이웃과 동료의 연간 소득을 마음만 먹으면 열람할 수 있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경이롭다. 아마 이 정도로 투명한 사회라 높은 세율을 유지할 수 있는 듯하다.
블록체인의 원리는 1980년대에 정립됐다.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개발됐고 비트코인은 이 기술을 응용해 만든 가상화폐다. 애초에 블록체인은 다자간 거래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이 덕분에 위조를 막고 투명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기술적 특성을 이용하면 복지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복지 재원의 출처는 크게 세금과 기부금으로 나뉜다. 기부금 역시 몇몇 자선단체의 부정이 알려지며 집행 방식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이 많아졌다. 반대로 생각하면, 세금과 기부금 사용이 투명하면 조세 저항이 줄고 기부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정책 자금의 흐름을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한다고 가정해보자. 항목별로 배정된 돈에 뗄 수 없는 꼬리표를 다는 셈이다.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돈의 출발지부터 최종 도착지까지 납세자와 기부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 거래 흐름은 기술적으로 위조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재원 집행에 대한 시시비비가 사라진다. 불순한 의도로 기부금을 모으는 단체는 원천 차단될 것이다.
제2의 인터넷으로 부를 만큼 기술산업계가 블록체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응용 방식에 따라 비즈니스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