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 안의 편향' 인정해야 극복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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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프랑스산과 독일산 와인이 네 병씩 진열돼 있다. 매장엔 프랑스 아코디언 음악과 독일 비어켈러 음악이 차례로 흐른다. 아코디언 연주가 나오는 날은 프랑스 와인이 전체 판매량의 76.9%를, 비어켈러 음악이 흐를 때는 독일 와인이 73.3%를 차지했다.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의 저자는 와인뿐 아니라 백인 심판과 실험실의 여성 연구원, 비만 환자를 대하는 의사 등의 사례를 들어 ‘일상에서의 편향성’을 보여준다. 편향성의 다양한 얼굴과 함께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심리적인 패턴도 분석한다. 자신과 관련된 편견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내면화된 억압’,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의 ‘손실 혐오’, 늘 보던 방식으로 현상을 보고 싶어하는 ‘패턴 인식’ 등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삐딱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선 와인 실험에서도 구매자의 14%만 ‘매장에 어떤 음악이 나오고 있는지 알았다’고 답했다. ‘음악이 와인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사람은 44명 중 한 명뿐이었다. 저자는 “스스로가 적지 않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반감과 혐오를 앞세운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오늘, 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견으로부터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우리 안의 편향성을 정확히 인식하면 그것이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 (하워드 J 로스 지음, 박미경 옮김, 탐나는 책, 384쪽, 1만7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