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뛰자 '심야' 포기하는 편의점 점주

"매출 적은데 인건비 부담 커져"
본사는 "24시간 포기 못해" 갈등

영업시간 자율 내세운 이마트24
타 점포서 전환 올 들어 109곳
최저임금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편의점 점주들이 심야 시간 영업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밤늦은 시간대 나오는 매출이 적은 데다 인건비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24시간 영업 정책을 어떻게든 지키려 하는 편의점 본사와 심야 시간 문을 닫고 싶어 하는 점주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이마트24 매장 급증편의점 점주들이 심야 영업을 기피하는 것은 24시간 영업을 굳이 안 해도 되는 이마트24의 매장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CU GS25 세븐일레븐 등에서 이마트24로 간판을 바꿔 단 곳은 109곳. 작년 같은 기간 28곳 대비 4배나 급증했다. 이마트24 신규 점포에서 이들 ‘전환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달했다. 작년의 4.7% 대비 껑충 뛰었다.

기존 점포가 아니라 새로 편의점을 시작하는 점주들도 이마트24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됐다. 올 들어 7월까지 이마트24 매장은 797개나 늘었다. 경쟁사 CU(464개), GS25(415개), 세븐일레븐(295개) 등 ‘빅3’가 같은 기간 늘린 점포보다 훨씬 많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 탓에 심야영업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다른 편의점과 달리 24시간 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마트24를 대안으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4년 위드미(현 이마트24)를 인수하며 뒤늦게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 중 하나가 ‘영업시간 자율’이었다.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안 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었다.‘빅3’는 점주가 24시간 영업을 해야 수익 배분을 유리하게 해주고 있다. 전기료, 신선식품 폐기 지원금 등 점포 운영 지원도 24시간 영업점을 주된 대상으로 했다. 업계에선 편의점 본사가 월평균 100만원 이상을 24시간 영업 점포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업계 1위를 다투는 CU와 GS25는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10%대에 불과하다. 지하철역 등 심야영업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연말이 고비 될 듯

이마트24를 제외한 다른 편의점은 ‘24시간 영업 정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은 편의점업(業)의 본질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야 영업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다른 편의점에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심야 시간대 매출이 비중은 작더라도 본사 입장에선 매출 감소를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더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점포당 매출까지 감소하면 편의점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연말로 갈수록 점주들의 심야 영업 철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본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상승,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심야 시간대 매출이 적은 이유도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협회장은 “심야 시간, 주말 시간에 매출이 적은 점포는 본사가 각 상권에 맞게 영업시간을 조정해 주는 게 맞다”며 “인센티브를 크게 줄이지 않고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본사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