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입] 장고 끝에 어정쩡한 개편… 교육과정·입시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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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전형 '30% 이상' 애매한 권고…대학들 수용 가능성 고려한 듯
'배우는' 방식과 '평가하는' 방식 달라 2015교육과정 취지 무색교육부가 17일 내놓은 대입제도 개편방안은 미래형 인재를 길러낸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모양새다.공론화 결과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모집)의 비율을 높이면서도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현행 유지에 가까운 소폭 확대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의 이런 행보로 새 입시제도는 학생의 발달 과정과 다양한 진로·적성 활동을 평가한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엇박자를 내게 됐다.
◇ 안정 택한 교육부…여론 추이·대학 수용 가능성 고려
대입개편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수능전형 비중은 '30% 이상 권고'로 결론이 났다.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30%가 넘는 대학은 제외된다.
기존 공론화 과정에서는 수능전형 선발 인원을 전체의 45% 이상으로 정하는 시나리오 1안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이 각각 평점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공론화위는 1위와 2위 평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교육부는 고심 끝에 '30%'라는 숫자를 내놓고,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는 이를 지키는 대학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왜 30%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심민철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1안과 2안의 차이가 무의미하니 45%로 정하긴 어려웠고, 중간값(응답자 평균) 39.6%도 전체적인 국민의 뜻이라고 보긴 어려웠다"며 "시민참여단이 생각한 적정 수능전형 비중 통계를 보면 '30% 이상'을 택한 이들이 68.5%여서 이 수준이 국민적 공감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교육계에서는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입법을 통해 특정 전형 비율을 강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원으로 수능전형 확대를 유도하려면 대학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전형에 치우치지 않고 전형 간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봤고, 특히 대학이 수용 가능한 선에서 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전형이 30% 미만이고, 학생부교과전형 비중도 30% 미만이어서 이번 조치의 '타깃'이 되는 대학은 전국에 35개뿐이다.
이 가운데 신학대와 예술대 등은 통상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교육부의 조치가 효과를 볼만한 대학은 25곳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잠재우는 선에서 대입개편을 급히 마무리 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배우는 방식과 다른 평가 방식…교육과정·입시 '엇박자'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개편안은 여론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에 맞춰 입시를 바꾼다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5년 교과서와 수업방식 등 학교 교육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인문사회·자연과학적 소양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우고 수업을 학생 참여형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문·이과는 통합하고,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진로·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배우는' 방식이 이처럼 달라졌으니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게 이번 대입개편이다.
이번 대입개편은 2015년부터 묵혀온 숙제인 셈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무산되고 정시모집 확대라는 새 기조가 생기면서 과정 중심 평가라는 교육과정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수능의 경우 일제고사 형식의 객관식 시험이라 학생의 발달 과정을 측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통해 일부 주요과목만 공부해도 충분히 치를 수 있다.
수능 과목구조도 교육과정과 어긋나게 바꾸면서 누더기가 됐다.
고교 1학년생들이 모두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수능에서 제외됐다.
당초 사회탐구 가운데 1과목, 과학탐구 가운데 1과목을 택하게 하는 방안이 고려됐던 탐구영역 또한 기존과 같이 모든 선택과목 가운데 2개를 택해 치를 수 있도록 결정됐다.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과학을,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사회를 공부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학생들의 수험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수능은 2학년 과목(일반선택과목)에서 출제되는데 수학·과학계의 반발에 밀려 교육부는 주로 3학년 때 배우는 심화 과목(진로선택과목)인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선택과목으로 두기로 했다.현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차기 정부인 2025학년도로 밀린 것 또한 교육과정의 취지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배우는' 방식과 '평가하는' 방식 달라 2015교육과정 취지 무색교육부가 17일 내놓은 대입제도 개편방안은 미래형 인재를 길러낸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모양새다.공론화 결과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모집)의 비율을 높이면서도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현행 유지에 가까운 소폭 확대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의 이런 행보로 새 입시제도는 학생의 발달 과정과 다양한 진로·적성 활동을 평가한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엇박자를 내게 됐다.
◇ 안정 택한 교육부…여론 추이·대학 수용 가능성 고려
대입개편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수능전형 비중은 '30% 이상 권고'로 결론이 났다.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30%가 넘는 대학은 제외된다.
기존 공론화 과정에서는 수능전형 선발 인원을 전체의 45% 이상으로 정하는 시나리오 1안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이 각각 평점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공론화위는 1위와 2위 평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교육부는 고심 끝에 '30%'라는 숫자를 내놓고,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는 이를 지키는 대학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왜 30%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심민철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1안과 2안의 차이가 무의미하니 45%로 정하긴 어려웠고, 중간값(응답자 평균) 39.6%도 전체적인 국민의 뜻이라고 보긴 어려웠다"며 "시민참여단이 생각한 적정 수능전형 비중 통계를 보면 '30% 이상'을 택한 이들이 68.5%여서 이 수준이 국민적 공감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교육계에서는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입법을 통해 특정 전형 비율을 강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원으로 수능전형 확대를 유도하려면 대학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전형에 치우치지 않고 전형 간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봤고, 특히 대학이 수용 가능한 선에서 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전형이 30% 미만이고, 학생부교과전형 비중도 30% 미만이어서 이번 조치의 '타깃'이 되는 대학은 전국에 35개뿐이다.
이 가운데 신학대와 예술대 등은 통상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교육부의 조치가 효과를 볼만한 대학은 25곳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잠재우는 선에서 대입개편을 급히 마무리 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배우는 방식과 다른 평가 방식…교육과정·입시 '엇박자'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개편안은 여론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에 맞춰 입시를 바꾼다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5년 교과서와 수업방식 등 학교 교육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인문사회·자연과학적 소양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우고 수업을 학생 참여형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문·이과는 통합하고,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진로·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배우는' 방식이 이처럼 달라졌으니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게 이번 대입개편이다.
이번 대입개편은 2015년부터 묵혀온 숙제인 셈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무산되고 정시모집 확대라는 새 기조가 생기면서 과정 중심 평가라는 교육과정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수능의 경우 일제고사 형식의 객관식 시험이라 학생의 발달 과정을 측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통해 일부 주요과목만 공부해도 충분히 치를 수 있다.
수능 과목구조도 교육과정과 어긋나게 바꾸면서 누더기가 됐다.
고교 1학년생들이 모두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수능에서 제외됐다.
당초 사회탐구 가운데 1과목, 과학탐구 가운데 1과목을 택하게 하는 방안이 고려됐던 탐구영역 또한 기존과 같이 모든 선택과목 가운데 2개를 택해 치를 수 있도록 결정됐다.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과학을,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사회를 공부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학생들의 수험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수능은 2학년 과목(일반선택과목)에서 출제되는데 수학·과학계의 반발에 밀려 교육부는 주로 3학년 때 배우는 심화 과목(진로선택과목)인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선택과목으로 두기로 했다.현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차기 정부인 2025학년도로 밀린 것 또한 교육과정의 취지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