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교육공약 1호' 고교학점제 3년 유예… 다음 정부로 공 넘겨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전형비율 30% 이상 확대 권고,국어ㆍ수학ㆍ직업탐구에 공통+선택형 구조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시기를 2022년에서 2025년으로 3년 미뤘다.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도 2025년 고1 학생부터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주요 고교교육 정책을 줄줄이 다음 정부로 넘긴 셈이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며 “내신 성취평가제를 2025년 고1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단 2022학년도 대입(2019년 고1)부터는 ‘진로선택과목’에 한해 부분 적용할 방침이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내신을 A, B, C 형태의 개인 성취도로 나타내는 일종의 절대평가다. 과도한 내신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내신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시기가 다음 정부인 2025년으로 정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도 다음 정부의 몫으로 미뤄졌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김 부총리는 “고교학점제를 2022년에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확충해 2025년 고1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가 2022년 전면 도입하겠다고 했던 데서 3년 늦춰진 것이다.

이번 발표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등 이번 정부 핵심 교육정책의 후퇴가 기정사실화 됐다는 평가다. 내신 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의 선행조건으로 꼽힌다. 학생들이 진로 희망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성적을 받기 편한 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수능 절대평가 전환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면 수능과 관련 있는 과목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커서다. 하지만 이번 대입개편안에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방안은 빠졌다.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고교학점제에 알맞은 새 교육과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2년 상반기에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이 모두 2025년 이후로 밀린 셈”이라며 “사실상 고교교육개혁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