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 최대 10년 확대

'임대차보호법' 30일 통과될 듯

"시설비·권리금 회수기간 보장"
건물주 "사유재산권 지나친 침해"

알짜상권 임대료 급상승 가능성
권리금 둘러싼 분쟁 늘어날 수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기존 5년에서 8년 또는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어서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각에 있는 젊음의 거리. /한경DB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임차인의 영업권 보장을 위해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임대 기간을 단기로 정하는 바람에 쫓겨날 수 있는 임차인에게 시설비·권리금 등 투입 비용을 회수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기 위해서다. 건물주들은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반발하는 반면 임차인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임차인 계약 최대 10년 확대 추진

여야는 상임법 개정안을 이달 내 통과시키기로 17일 합의했다. 상임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한다. 2018년 7월 말 기준으로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상임법 개정 의원발의안은 총 25개다. 발의안마다 임차인의 권익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부분은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 확대다. 구체적인 개정 방안에 대해선 여야의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더불어민주당은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와 함께 상임법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사행산업과 유흥주점 등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낮은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임대차 계약을 상임법 적용 대상에 넣은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6억1000만원이 넘으면 일부 상임법 조항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 임대료 증액한도(상한 5%)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전통시장과 대규모 점포 내 분양 점포 등도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도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 확대안을 내놨다. 다만 보장기간을 10년이 아니라 8년으로 정하고, 임대인에게 소득세·보유세 감면과 같은 세제 혜택 등 반대급부를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든 보장기간은 늘어날 게 확실하다.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건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법 개정에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연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도 5% 수준이어서 상가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연장이 임차인에게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물주가 계약 종료시점에 미래 인상분을 한꺼번에 선반영하면 임대료가 급상승할 수 있어서다.

최근 위축된 상권 상황을 감안하면 일부 알짜 상권을 제외한 대부분 상권에선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 확대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핵심 상권에서도 공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 과반수가 창업 후 3년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보장기간 10년 확대를 체감할 자영업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높으면 권리금이 낮고 임대료가 낮으면 권리금이 높게 형성된다”며 “법 개정으로 임차 환경이 개선되는 만큼 권리금 상승이 일어날 수 있고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2016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분쟁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193건의 분쟁 건수 중 권리금 분쟁이 71건(36.8%)으로 가장 많았다. 이 선임연구원은 “보장기간 확대보다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 및 투명한 관리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