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기본기 파고드니 '골든 이어'도 감탄"

LG전자 '오디오 3인방'

英메리디안과 포터블 스피커 개발
출시 직전까지 튜닝작업 반복
AI스피커도 최고의 음질로 승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LG전자의 전신은 금성사다. 금성사가 창립 후 내놓은 ‘1호 제품’은 국산 라디오 A-501이었다. LG전자에서 가장 오래된 사업부 역시 오디오부문(HE사업본부 CAV사업담당)이다. CAV사업담당 소속 직원들은 올해 60년 전통을 이어온 오디오사업을 같은 사업 본부 내 TV 사업만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전에는 ‘공중 부양 스피커’ 등 튀는 디자인으로 마케팅에 집중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 결국 오디오사업 승패는 ‘기본기’인 음향을 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부터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과 손잡고 포터블 스피커를 개발한 이유다.

LG전자 정선호 선임연구원(왼쪽부터), 이동건 선임, 김상인 책임연구원이 포터블 스피커 ‘엑스붐 Go PK 시리즈’를 들어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메리디안은 디지털 앰프 일체형 스피커와 고음질 CD 플레이어 등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영국 SUV 브랜드 랜드로버에 음향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그렇게 출시한 제품이 포터블 스피커 ‘엑스붐 Go PK 시리즈’다.

수많은 제품 중 포터블 스피커에 집중한 이유는 뭘까. 상품 기획에 참여한 이동건 선임은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포터블 스피커 시장을 잡지 못하면 성장이 가로막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품은 LG전자의 제조 기술력에 메리디안의 음향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대형 앰프 등을 주로 생산한 메리디안 입장에서도 이렇게 작은 스피커를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작은 제품 안에 메리디안의 고사양 음향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음향을 담당한 정선호 선임연구원은 음향 튜닝을 위해 수시로 영국을 방문했다.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메리디안 음향실에서 이틀 동안 밤을 새우며 출시 직전까지 튜닝작업을 했다. 나무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제품을 제작, 최고의 음질을 내는 메리디안의 음향 기술을 작은 포터블 스피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골든 이어’라고 불리는 메리디안의 장인들이 그 결과물을 평가한 끝에야 제품 양산 ‘승인’이 났다.기구 제작을 담당한 김상인 책임연구원은 “76㎝ 높이에서 10번 이상 낙하테스트를 하는 게 기본인데, 이 제품은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테스트를 통해 재질을 3회 이상 교체하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은 “앞으로 출시될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도 음향에 신경을 써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상위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