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원정식, 가장 아팠던 AG에서 가장 화려하게

2014년 인천에서 아내 윤진희 앞에서 부상…자카르타에서 유력 金 후보
"어떻게 잊겠어요.몸도 마음도 그렇게 아팠는데…."
원정식(28·울산광역시청)은 2014년 9월 22일을 '생애 가장 아팠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69㎏급 경기에 나선 원정식은 동메달을 노리고 용상 183㎏을 시도하다 플랫폼 위로 쓰러졌다.

그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딸 라임(6)이와 함께 경기장 밖에 주차한 차에서 가슴 졸이며 경기 결과를 기다리던 아내 윤진희(32·경북개발공사)도 병원으로 달려갔다.

원정식은 1년 정도의 재활이 필요한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역도 스타 출신' 아내 앞에서 꼭 시상대에 서고 싶었던 원정식의 꿈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4년이 지났다.

원정식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69㎏급 금메달 후보 1순위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대회가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이번에는 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지만 종합대회에서 우승한 것과는 기분이 다를 것이다.

꼭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4년 동안 원정식, 윤진희 부부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다.

길게 지루한 재활을 시작하며 원정식은 은퇴한 아내 윤진희에게 "역도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라고 현역 복귀를 제안했다.

3년 가까이 바벨을 놓았던 윤진희는 "
남편의 재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현역 복귀를 택했다.

원정식, 윤진희 부부는 2016년 리우올림픽대표로 나란히 선발됐다.

윤진희는 동메달을 따며 화제를 모았지만, 원정식은 부상 여파로 8위에 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정식은 부상 후유증을 떨쳐냈고, 세계 정상권으로 향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7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69㎏급 경기에서 합계 326㎏으로 우승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로 뛴 원정식은 2011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은메달, 2013년 아시안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도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부진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 6위, 2012년 런던올림픽 7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6위, 2016년 리우올림픽 8위 등 메이저대회에서 약했다.
메이저 대회 무관의 한을 푼 원정식은 이제 종합대회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 역도가 도핑 문제로 국제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터라 원정식과 북한 선수 두 명이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북한은 2014년 인천에서 합계 342㎏을 들어 은메달을 딴 김명혁(28)과 201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합계 331㎏으로 2위에 오른 오강철(25)을 69㎏급에 내보낸다.

최근 기록은 원정식이 두 북한 선수를 앞선다.

김명혁과 오강철은 합계 330㎏을 버거워하지만, 원정식은 올해 5월 국내 대회에서 합계 333㎏을 들었고 훈련 때는 340㎏ 이상도 기록했다.

원정식이 북한 선수들의 추격을 뿌리치면 한국 남자 역도는 2002년 부산 대회(남자 85㎏급 송종식)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맥을 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윤진희는 남편 원정식이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현역으로 복귀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딴 윤진희는 어깨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남편이 금메달 따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게 어떤가"라며 자카르타행을 권한 지인도 있었지만, 윤진희는 한국에 남아 재활 훈련을 하기로 했다.

원정식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우리 부부가 함께 출전하려면 어쩔 수 없다.아내는 지금 재활을 해야 한다"며 "아내가 더 힘을 얻을 수 있게 꼭 아시안게임 금메달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