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북한 선수 다치자 달려온 한국 코치진… 달라진 풍경

남북 레슬링대표팀 합동훈련…대표팀, 북한 선수 치료 지원까지
남북 대표팀, 서울·평양 합동훈련도 교감…"모든 준비 마쳐"

"선생, 이것 좀 봐주시오."남북 레슬링대표팀이 합동훈련을 펼친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 특설 훈련장.
사진=연합뉴스
북한 레슬링 여자대표팀 자유형 53㎏급 간판 정명숙이 훈련 중 거친 플레이를 펼치다 입술에서 피를 쏟았다.

북측 감독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그는 급하게 한국 대표팀 이세연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트레이너는 달려와 정명숙의 입술을 살피며 응급처치했다.

다행히 피는 금세 멎었다.
한국과 북한 레슬링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양 측은 17일 우연히 훈련시간이 맞자 박장순 한국 대표팀 총감독의 제안으로 합동훈련을 치렀고 18일에도 함께 훈련하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입고 있는 유니폼이 다르다는 점을 빼면 한 팀이나 다름없었다.

남북 레슬링대표팀 선수들과 지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도우며 합심했다.양 측 지도자는 상대 팀 선수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이날 합동훈련을 지휘한 한국 여자대표팀 김은유 코치는 북한 선수들의 자세를 봐주며 격려했다.

지원스태프가 많은 한국 대표팀은 북한 선수들의 테이핑과 얼음찜질 등 부수적인 준비·마무리 훈련 과정까지 도왔다.

이세연 트레이너는 "북한 선수들과는 국제대회에서 많이 교류하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한민족끼리 도울 건 도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남북 레슬링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양 측의 교류는 한국 대표팀 박장순 총감독과 북한 조선레슬링협회 김일 서기장이 주도하고 있다.

1990년대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며 가까워진 둘은 지도자가 된 뒤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장순 감독과 김일 서기장은 17일 첫 합동훈련에 이어 18일에도 서울·평양 합동훈련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박 감독은 "우리가 평양에 가서 훈련하고, 북측이 서울에 내려와 훈련하기로 김일 서기장과 큰 틀에서 교감했다"며 "정부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