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민속악기·종교를 만나는 '소확행'… 박물관 영월이 살아있다

여행의 향기

박물관의 천국, 강원도 영월
동강사진박물관 내부
박물관은 작은 우주다. 그저 많은 물건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나 물건의 역사를 만나게 하는 곳이다. 바쁜 여행자는 박물관만 봐도 여행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처럼 거대한 박물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화나 로봇, 종(鐘)이나 잡지 같은 것을 모아 작은 박물관을 꾸민 곳에서도 소소한 행복에 젖을 수 있다. 강원 영월군은 박물관의 대표 고장이다. 2000년대 초반 하나둘 박물관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20여 개가 들어섰다. 박물관 서너 곳만 둘러봐도 영월 여행은 풍성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떠나기 좋은 박물관 여행지를 소개한다.

폐교에 만든 국제현대미술관영월에는 20여 개의 공립,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 중에서도 국제현대미술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70개국의 조각 작품 350여 점과 60여 점의 상설 전시 등 수준 높은 다양한 작품이 마련돼 있다. 폐교한 삼옥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미술관으로 야외조각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 영월의 멋진 경치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국제현대미술관 야외 조각공원
지구촌 다양한 음악 즐기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세계의 음악과 악기를 통해 인류애를 나누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급격히 변해버린 다문화적 국내외 환경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야기되는 갈등을 해소하고, 지구촌의 다양한 음악 및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의적 인성 교육과 성숙한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설립됐다. 경기 파주 헤이리와 영월에 각각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관은 100여 개국 2000여 점의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인도·서남아시아, 중동·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남태평양·대양주 등 문화권별로 악기를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의 다양한 악기들
성서의 다양한 작품 영월종교미술박물관

종교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으로 전시관 2동에서는 성서를 기반으로 제작한 100여 점의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종교미술박물관은 프랑스, 독일, 로마의 목공방에서 도제 시절부터 평생 이어져온 최바오로 작가의 성화와 그만의 창조적 조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장고에 있는 약 600점의 작품을 시기에 따라 교체하면서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으로, 예수상의 크기가 3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실 1동에는 성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전시돼 있고, 2동에는 불교와 힌두교 등의 동서양 종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동강의 사진 감상하는 동강사진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은 사진의 변천사와 주제별 다양한 사진작품이 전시된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박물관으로 2005년 7월 문을 열었다.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사진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으로 보는 역사, 문화유산 자료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 1500여 점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월은 2001년 9월1일 ‘동강사진마을’을 선언하고 2002년 여름 ‘동강사진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내 사진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영월에 사진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동강사진마을-동강사진축전-동강사진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름다운 관광자원과 문화자원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살아있는 동강 만나는 영월동강생태공원

영월 동강생태공원
수려한 자연환경과 희귀 동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동강은 태곳적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다.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사행천에 수달과 원앙이 살고,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동굴과 동강이 어우러져 있다. 영월 동강생태공원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강을 만날 수 있다.

동강 생태정보센터는 동강생태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연학습을 통해 동강의 우수한 생태자원을 보전하고 생태 문화적 생명력을 지켜나가는 교육센터다. 동강 래프팅을 3D로 체험할 수 있는 동강래프팅 3D체험관을 비롯해 동강의 동식물과 보호 어류를 체험하는 동강 사진갤러리와 동강의 초록노래, 동강 12경과 일반현황 동강탐방백과사전을 볼 수 있는 탐험가의 방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구성돼 있다.

에코 빌리지는 동강 유역의 자생식물을 중심 테마로 식물의 보전과 생태환경을 그대로 재현했다. 에너지 제로하우스의 에코 빌리지 조감도와 놀이와 함께하는 친환경 생활체험 놀이공간인 체험동, 생활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는 생활동, 탄소 배출 없이 생활하는 24시간 친환경 생활체험 공간 등 영월동강생태공원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생태환경을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한 체험관인 곤충산업육성제원센터도 볼 수 있다.

인도 진면모 인도미술박물관

인도미술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와 의식 속에 인도만의 독특한 전통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인도에는 찬란했던 오랜 역사의 유산으로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유적과 미술품이 남아 있다.

인도미술박물관은 1981년부터 인도미술에 매료돼 인도에 살고 여행하며 여러 차례 인도사회와 인도인의 삶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연 미술가 박여송 관장과 인도 지역 연구를 하는 남편 백좌흠 교수가 그동안 하나씩 모아온 다양한 인도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 인도미술 기법들에 대한 체험과 헤나 보디페인팅, 인도 의상문화 체험, 인도 홍차 체험 등 다양한 인도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술이 솟는 샘 술샘박물관

예로부터 살기 좋은 터로 유명한 영월 주천의 술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주천의 술샘은 술이 솟는 샘이라 하여 ‘술샘’이라 불렸다. 주천 술샘박물관은 술샘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설화를 소개하고, 술과 관련 있는 생활사 및 전통주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전시돼 있다.

지리를 테마로 한 호야지리박물관

국내 최초 지리 테마시설 ‘호야지리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 교육에 평생을 바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지리 테마 사설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우리나라 광물 자원의 천연 표본실이자 카르스트 지형, 석회암 동굴 등 각종 지리 지형 현상이 집약돼 있는 영월군에 있다. 지리학의 역사와 종류, 체험 등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직접적인 체험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야지리박물관은 단순한 유물의 전시 진열과 관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고 학문적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회 교육 현장을 지향하고 있다.

영월=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