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박원순 균형개발전략, 강북 집값 자극할 것"

"교통망 확충…묻지마 호재 작용"
"초대형 개발 빠져 영향 적어" 분석도
< 옥탑방살이 끝낸 박원순 시장 > 19일 서울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떠나기 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강남북 균형개발전략이 강북 부동산값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발 기대를 높여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강북 집값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로 통하는 교통망 확충이 집값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집값 급등을 주도하고 있는 은평구 청량리 등은 모두 교통호재를 발판 삼아 오르고 있다”며 “동북선 경전철은 교통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계획된 만큼 인근 지역은 교통 호재로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투자 심리가 고조된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나 호재 파급력에 관계없이 서울시 발표가 ‘묻지마 호재’로 작용한다”며 “상대적으로 안 오르던 지역도 덩달아 급등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강북 일대 주택시장에선 이미 급등세가 뚜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강북권역 주택 매매가는 3.03% 올랐다. 지난해 1년간 상승률(2.87%)을 넘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박 시장이 통으로 개발하겠다고 한 여의도·용산 등의 마스터플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지만 발표 한마디로 집값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박 시장의 말 한마디가 강북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균형개발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점에서 2000년대 중반 서울시 뉴타운 사업을 닮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서울시는 강남북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며 기반시설과 주거시설을 함께 개발하는 대규모 정비사업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강남권 집값은 2007년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강북지역 집값은 2008년까지 계속 올랐다.

다만 초대형 개발 계획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강영훈 붇옹산스터디 대표는 “비교통부문에선 서울시가 기존에 발표한 도시재생사업 규모를 조금 확대하는 수준이고, 주거지 재개발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은 만큼 큰 틀에서 변화된 내용은 많지 않다”며 “공공기관 이전 계획 등도 일단 서울시가 부지를 확보해야 가능한 현안이어서 큰 호재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업 내용이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 소규모 개발 위주”라며 “대규모·초고층 아파트 개발계획이 없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