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단기급등 탓… 아파트 계약 해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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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2배 배상해야하지만지난달 서울 용산구 A아파트(전용 59㎡)를 9억3000만원에 계약한 직장인 임모씨(45)는 중도금 지급일을 1주일 앞두고 계약을 파기당했다. 한 달 새 집값이 11억원까지 급등하자 집주인이 마음을 바꿨다. 임씨가 건넨 계약금은 8000만원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계약을 파기하는 게 유리했다. 배액(계약금의 두 배) 배상을 하더라도 집값 상승분(1억7000만원)이 더 큰 까닭이다. 임씨는 “8000만원을 번 셈이지만 반갑지 않다”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려 다른 집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게 유리
최근 서울과 경기도 준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폭등 양상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매매 계약이 파기되고 있다. 계약금 수천만원을 배액 배상하더라도 집값 상승분으로 충분히 상쇄 가능해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아파트에선 전용 50㎡ 집주인이 지난 17일 중도금 지급일을 앞두고 계약을 파기했다. 1주일 새 호가가 수천만원 뛰다 보니 매도인이 더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지난달 16일 5억2900만원에 거래된 이 주택형은 이달 10일 5억7500만원에 손바뀜하며 3주 만에 4600만원 올랐다. 성산동 J공인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밖에 붙어 있는 매물장에 나온 가격은 1~2주 전 가격이고 호가는 매주 1000만~2000만원씩 뛰고 있다”며 “이마저도 매도인이 매물을 거두는 탓에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광명 분당 등 경기 인기 주거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에도 계약 파기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이번주 아파트값이 1.05% 오른 경기 광명시에선 ‘하안주공’을 중심으로 계약 파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분당구 한솔4단지에선 한 매수인이 가계약금 500만원을 먼저 보냈으나 매도인이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매물을 거뒀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계약 파기 피해 사례 게시글이 하루 대여섯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일부 매도인은 계약 파기 절차와 배상금을 묻는 글을 직접 올리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