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 서면실태조사서 '을' 응답률 50%도 안 돼"

"가맹점 응답률 25%에 불과"…예산정책처, 서면실태조사 개선 권고

업계의 '갑질' 실태를 살펴보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벌이는 서면조사에서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분석이 나왔다.특히 '을' 처지인 하도급업체나 가맹점 등의 응답률이 매년 낮아지는 추세라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 회계연도 결산분석'을 보면 이러한 분석 결과가 담겼다.

공정위는 매년 하도급·가맹·유통업계의 갑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갑과 을 양측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유형별 거래 관행 개선 여부, 법 위반 사례 등을 서면 형식으로 답변을 받아 조사한다.

점검을 통해 불공정·불법 거래 관행이 발굴되면 직권 조사 등 조사를 벌여 처벌하고 구조적인 대응을 통해 재발을 방지한다.

문제는 을의 응답률이 저조하고 그마저도 매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가맹분야의 경우 공정위는 작년 총 9천882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벌였지만, 실제 응답은 2천500개에 그쳤다.

응답률은 25.3%에 불과했다.

작년 가맹본부는 200개 조사 대상 중 188개가 답해 응답률 94.0%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하도급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 조사 대상 하도급업체 9만5천개 중 응답한 곳은 4만3천605개(응답률 45.9%)뿐이었다.

같은 기간 원사업자는 조사 대상 5천개 중 4천630개가 서면실태조사에 협조해 응답률 92.6%를 기록했다.

을인 납품업체만 조사하는 유통분야는 조사 대상 7천개 가운데 2천110개만 응답해 응답률이 30.1%에 머물렀다.

을의 응답률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가맹점은 2015년 32.8%에서 2016년 24.4%로 떨어졌다가 작년 25.3%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저조하다.

하도급업체는 같은 기간 48.4%에서 47.2%, 45.9%로 매년 하락했다.

유통분야는 2015년 35.3%에서 2016년 37.7%로 올랐다가 작년 30.1%로 뚝 떨어졌다.
서면실태조사는 동시에 다수의 업체를 조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종 갑질'이 발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응답이 없다면 조사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갑의 응답률은 높고 을의 응답률이 낮은 이유로는 일단 강제력 여부를 꼽을 수 있다.

공정위는 원사업자나 가맹본부 등 갑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법령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을에 대해서는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공정위는 갑질을 경험하지 못한 을은 답변하지 않을 수 있어 갑보다 응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위반 경험을 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간담회 등을 통해 답변 결과는 철저하게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을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정처는 을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라고 공정위에 권고했다.

예정처는 "온라인 조사를 병행하는 하도급이나 유통분야와는 달리 가맹분야는 우편으로만 조사해 편의성이 낮아 응답률이 20%대로 저조하다"며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아울러 유통분야에서 납품업체뿐 아니라 갑인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해서도 서면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도 권고했다.예정처는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한 서면실태조사 근거가 있지만 피해 실태 파악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 거래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양측에 대한 조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