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동차업계… 부품社들,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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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리포트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만4744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7.3% 줄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올 2분기(3~6월)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 車 생산량
200만4744대 7.3% 줄어
현대차 생산량 4.5% 감소
쌍용차 6분기 연속 적자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
워크아웃 신청 '충격'
주요 부품사 절반 적자전환
"산업 생태계 근간 흔들리나"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감소는 부품사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현대차 1차 협력회사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中·美 등 주요 시장서 부진
올 상반기 현대차가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은 84만384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줄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린 여파다. 제 몫을 하는 차종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등 몇몇에 불과하다. 기아차 사정도 비슷하다. 상반기 국내 공장 생산량은 72만979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5.8% 줄었다.쌍용차는 6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53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쌍용차는 올 2분기에도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의 상반기 판매량은 24만638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줄어든 12만6018대를 판매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SUV에 쏠리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가격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치명타를 맞았다.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도 한국 차의 발목을 잡았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완성차 위기 부품업계로 옮아가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지난 6월 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납품업체 실적이 동반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리한은 지난해 매출 1800억여원에 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약 300곳인 현대차 1차 협력사 가운데 그동안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1년 넘게 고전해온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장 가동률 하락과 자금난 등으로 주요 자동차 부품회사의 절반가량이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은행권은 어음 할인이나 신규 대출을 거부하는 등 자동차 협력사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은 몇몇 부품사에 비상경영계획(컨틴전시 플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내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대규모 실업 대란으로 이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851곳이다. 2·3차 협력사까지 합치면 8800여 곳에 이른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가 직접 고용한 인력만 35만5000명에 달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