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엑솜 "의사가 직접 만든, 의사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암 진단 키트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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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의사들이 암 진단용 액체생검 기술에 요구하는 기준은 한층 높습니다. 의사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세웠습니다."
체외진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디엑솜'의 최종락 대표(사진)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는 현직 의사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전문가다. 같은 과의 이승태·이경원 교수와 함께 지난해 6월 디엑솜을 창업했다.디엑솜은 NGS 기반 체외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NGS는 사람의 유전체를 조각내 염기서열을 해독함으로써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비용이 2009년 1만6000달러에서 최근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최 대표는 "NGS 기술이 좋아지면서 혈액 속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디엑솜이 연구 중인 암 진단 키트는 암조직에서 분리돼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암 유전자인 'ctDNA'를 추출하고 염기서열을 해독해 변이를 발견하는 원리를 기본으로 한다. 개발 준비 기간이 4~5년, 개발 기간은 2년이다.
최 대표는 "액체생검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은 하나만 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극미량의 ctDNA를 추출하고 이를 적절히 증폭한 뒤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까지 다 잘해야 임상에서 쓸 수 있다"고 했다.액체생검의 관건은 혈액에 아주 작은 양이 들어 있는 ctDNA를 따로 골라내 관찰하기 쉽게 증폭하는 일이다. 증폭은 특정 유전자 수를 대량으로 늘리는 것이다. 그는 "이 작업이 잘못되면 민감도와 특이도 중 하나만 커져 제품을 상용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민감도는 암을 암이라고 판별하는 정도, 특이도는 정상을 정상이라고 판별하는 정도를 뜻한다. 민감도가 높아도 특이도가 낮을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디엑솜은 '분자 바코딩' 기술을 이용해 검체의 유전자 가닥마다 표시를 한다. 수많은 유전자 가닥에 표시를 해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염기서열 6~10개를 무작위로 붙여 일종의 바코드를 만든 다음 유전자 가닥에 붙이는 식"이라고 했다.이후 유전자를 증폭한다. 증폭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정상 유전자는 놔두고 암 유전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둘 다 많아지면 암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유전자의 증폭을 막는 것을 '블로킹'이라고 한다. 디엑솜이 특허 받은 기술인 'Q-BOMB'은 검체에 정상 유전자의 염기에만 달라붙는 화학 물질인 특정 올리고(핵산)를 넣어 정상 유전자의 증폭을 억제한다.
여기서 문제는 또 발생한다. 프라이머가 유전자에 붙지 않고 프라이머와 붙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증폭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수 없다. 최 대표는 "RNA 분해 효소가 있는 시약을 넣으면 서로 결합된 프라이머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공된 검체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가 어떤 암인지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분석 장비로 변이 유전자 유무를 확인하는 2차 분석을 마친 뒤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의사가 직접 변이 유전자의 병원성을 해석한다.디엑솜은 대량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이 과정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최 대표는 "변이 유전자를 분류하고 어떤 질병과 관련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3차 분석인데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노하우를 집약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했다.
디엑솜이 목표로 하는 암 진단 정확도는 95%다. 진단에 걸리는 기간은 2주 정도로 잡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간암 고위험군인 간염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600명의 임상 사례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암은 빨리 진단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최근 신속성을 강조하는 업체도 있는데 각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2020년 10여 개의 변이 유전자 유무로 간암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동양인이 간암에 잘 걸리기 때문에 다국적사는 간암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까지 출시된 제품은 선천성 암, 소아 간질, 장기이식 반응, 약제내성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27종 유전자 검사 키트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의과학연구소 등 주요 기관에 납품되고 있다.올해 예상 매출액은 6억원이다. 베트남처럼 의료 인력이 부족해 조기 진단이 중요한 개발도상국 정부와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체외진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디엑솜'의 최종락 대표(사진)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는 현직 의사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전문가다. 같은 과의 이승태·이경원 교수와 함께 지난해 6월 디엑솜을 창업했다.디엑솜은 NGS 기반 체외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NGS는 사람의 유전체를 조각내 염기서열을 해독함으로써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비용이 2009년 1만6000달러에서 최근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최 대표는 "NGS 기술이 좋아지면서 혈액 속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디엑솜이 연구 중인 암 진단 키트는 암조직에서 분리돼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암 유전자인 'ctDNA'를 추출하고 염기서열을 해독해 변이를 발견하는 원리를 기본으로 한다. 개발 준비 기간이 4~5년, 개발 기간은 2년이다.
최 대표는 "액체생검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은 하나만 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극미량의 ctDNA를 추출하고 이를 적절히 증폭한 뒤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까지 다 잘해야 임상에서 쓸 수 있다"고 했다.액체생검의 관건은 혈액에 아주 작은 양이 들어 있는 ctDNA를 따로 골라내 관찰하기 쉽게 증폭하는 일이다. 증폭은 특정 유전자 수를 대량으로 늘리는 것이다. 그는 "이 작업이 잘못되면 민감도와 특이도 중 하나만 커져 제품을 상용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민감도는 암을 암이라고 판별하는 정도, 특이도는 정상을 정상이라고 판별하는 정도를 뜻한다. 민감도가 높아도 특이도가 낮을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디엑솜은 '분자 바코딩' 기술을 이용해 검체의 유전자 가닥마다 표시를 한다. 수많은 유전자 가닥에 표시를 해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염기서열 6~10개를 무작위로 붙여 일종의 바코드를 만든 다음 유전자 가닥에 붙이는 식"이라고 했다.이후 유전자를 증폭한다. 증폭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정상 유전자는 놔두고 암 유전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둘 다 많아지면 암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유전자의 증폭을 막는 것을 '블로킹'이라고 한다. 디엑솜이 특허 받은 기술인 'Q-BOMB'은 검체에 정상 유전자의 염기에만 달라붙는 화학 물질인 특정 올리고(핵산)를 넣어 정상 유전자의 증폭을 억제한다.
여기서 문제는 또 발생한다. 프라이머가 유전자에 붙지 않고 프라이머와 붙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증폭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수 없다. 최 대표는 "RNA 분해 효소가 있는 시약을 넣으면 서로 결합된 프라이머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공된 검체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가 어떤 암인지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분석 장비로 변이 유전자 유무를 확인하는 2차 분석을 마친 뒤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의사가 직접 변이 유전자의 병원성을 해석한다.디엑솜은 대량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이 과정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최 대표는 "변이 유전자를 분류하고 어떤 질병과 관련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3차 분석인데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노하우를 집약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했다.
디엑솜이 목표로 하는 암 진단 정확도는 95%다. 진단에 걸리는 기간은 2주 정도로 잡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간암 고위험군인 간염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600명의 임상 사례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암은 빨리 진단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최근 신속성을 강조하는 업체도 있는데 각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2020년 10여 개의 변이 유전자 유무로 간암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동양인이 간암에 잘 걸리기 때문에 다국적사는 간암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까지 출시된 제품은 선천성 암, 소아 간질, 장기이식 반응, 약제내성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27종 유전자 검사 키트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의과학연구소 등 주요 기관에 납품되고 있다.올해 예상 매출액은 6억원이다. 베트남처럼 의료 인력이 부족해 조기 진단이 중요한 개발도상국 정부와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