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리콜 시작된 '火車' BMW, 남은 과제는

BMW코리아, 수입차 최대규모 리콜 돌입
리콜받은 차량 화재시 EGR 결함 아닐 가능성
신뢰 회복 첫 단추는 원활한 리콜 서비스
사진=연합뉴스
"리콜 예약 날짜를 10월로 통보 받았는데 그 사이 화재가 안났으면 좋겠네요."

BMW코리아가 20일부터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2011∼2016년 사이 생산된 42개 디젤 차종 10만6000여 대의 리콜(시정조치)에 들어갔다. 국내 수입차 최대 규모다.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한 BMW 차주 박모 씨는 'N47엔진' 차량인데 리콜을 받으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콜 대기 기간 중에 차량을 운행하다 엔진룸에 불이 붙는 건 아닌지 불안해 한 것이다.

고객들마다 리콜 날짜가 달라 늦게 예약이 잡힌 차주들의 '불차' 공포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BMW 관계자는 "안전진단 과정에서 부품 교체가 확정된 차량은 먼저 리콜을 하고, 문제가 없던 차량은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약 날짜를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이번 리콜을 통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냉각기)와 밸브를 개선 부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에 쌓인 찌꺼기(침전물)를 청소한다.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대략 연말까지 리콜을 끝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부품 수급 등을 감안하면 리콜 완료까진 더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뢰 회복 첫 단추는 원활할 리콜 서비스다. 리콜 과정에서 잡음이 없어야 하고 차주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 EGR 부품을 교체한 차량에서 또 화재가 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GR은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장치다. 이 때 온도가 높은 배기가스를 식혀주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재질 흡기다기관의 오일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 때문에 흡기다기관만 잘 청소해줘도 화재 사고를 미연에 막았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EGR 부품 교체와 함께 오일 찌꺼기를 청소해 주기 때문에 당분간 화재가 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리콜을 받은 뒤 2~3년 운행을 하게 되면 또 찌꺼기가 쌓이게 돼 화재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리콜을 받은 차량의 엔진룸에 또 불이 붙는다면 BMW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한 EGR 결함이 아닐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만일 그렇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반면 BMW가 이번 리콜을 별 탈없이 극복한다면 수입차 시장에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디젤 게이트' 사태로 혼쭐이 났던 아우디 폭스바겐이 영업 재개와 함께 고객을 다시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BMW코리아가 리콜 과정에서 서비스센터 관리를 절대 소홀히 하면 안된다"며 "고객들은 리콜 작업시 어떤 부품이 어떻게 정비되는지 정확히 알고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