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사격 3년간 그만뒀던 정은혜, 은메달로 '대기만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사격에 두 번째 은메달을 선사한 정은혜(29·인천남구청)는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이르면 10대 나이에도 종합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꽤 늦은 나이다.20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슈팅 레인지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정은혜는 경기를 마친 뒤 "그동안 우여곡절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고 쉽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정은혜는 "22살 때부터 3년 정도 운동을 그만뒀었다"며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만 설명했다.

당시 몸담았던 실업팀이 인원 감축을 한 것도 원인이 됐다."그때 그럼 못해서 잘린 것이냐"고 짓궂게 묻자 정은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했고 옆에 있던 김정미 코치는 행여나 제자가 마음을 다칠까 봐 "아뇨, 아뇨"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선수를 그만뒀던 3년간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고 회상한 정은혜는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너무 긴장됐지만 목표였던 메달을 따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정은혜에게는 위기가 있었다.24발을 쏘는 경기에서 19번째 격발을 9.3점을 쏘는 바람에 4위로 밀려난 것이다.

20번째 격발까지 3위로 올라서지 못하면 탈락의 위기였으나 정은혜는 이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아 결국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또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이는 엘리미네이션 라운드에서는 몽골의 난딘자야 간쿠야그와 227.4점으로 동점을 이뤘고 결국 슛오프에서 10-9.3으로 이겨 극적인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라커룸에서 실컷 울고 나왔는지 시상식과 인터뷰 자리에서는 밝게 웃어 보인 정은혜는 "9.3점을 쐈을 때는 정말 화가 많이 났지만 그래도 소총은 한 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슛오프 때는 그냥 하던 대로한 것 같다"고 고비를 넘긴 비결을 설명했다.
2015년 사격에 복귀하고 그해 11월 결혼한 그는 "아무래도 신랑이 제일 생각 난다"며 "많이 보고 싶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싶다"고 애틋한 부부애를 전했다.

사격에 복귀한 계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계속 생각이 났던 것 같다"며 "총 쏘는 것이 재미있고 자신 있다 보니까 다시 돌아왔다"고 답했다.

전날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도 출전해 4위를 차지한 정은혜는 "어제 결과는 아쉽지만 그래도 목표였던 메달을 따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만일 정은혜가 이날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더라면 김정미 코치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른 이후 20년 만이 될 뻔했다.김정미 코치는 "그거 노렸는데…"라며 살짝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