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조금만 더 사시지"… 상봉직전 숨진 안타까운 사연들

20일 오후부터 금강산에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간절히 그리워한 가족들과 만남을 앞두고 올해 세상을 등진 가족들의 사연이 속속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쟁통에 어머니와 여동생만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 남겨둔 채 피난길에 오른 김진수(87) 씨는 올해 1월 여동생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북측의 조카 손명철(45) 씨와 조카며느리 박혜숙(35)를 대신 만나게 됐다.김씨는 상봉 전 취재진과 만나 "금년 1월에 갔다고 하대…나는 아직 살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부모님이 어떻게 살다 가셨는지 묻고 싶다"면서도 생전 처음 보는 조카인 만큼 "지금으로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움도 내비쳤다.

2000년부터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한 조옥현(78)씨와 남동생 조복현(69)씨도 6·25전쟁 때 헤어진 북측의 둘째 오빠가 올해 사망해 대신 둘째 오빠의 자녀들을 만나게 됐다.조씨는 "한적에서 연락받기 전 동생 복현이가 전화해 '큰형이 살아있으면 85세다'라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북한에서 오빠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얼마 있다가 적십자에서 전화가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동생 복현씨는 "아버지와 형님 생사확인만이라도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만나게 되니 완전히 로또 맞은 기분"이라며 "(조카들에게) 자손이 또 있는지, 아버지 산소는 어디 있는지, 제사는 지내는지 등 질문할 것을 수첩에 적어놨다"고 말했다.또 다른 상봉자 여운(90)씨 역시 북측의 남동생 운복씨가 올해 3월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북측의 여동생 양숙(80)씨가 살아있어 남동생의 생전 모습을 대신 전해 들을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