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무역전쟁 승자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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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위노그래드 < 얼라이언스번스틴(AB) 선임 이코노미스트 >미국 정부가 알루미늄, 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수입업자들은 관세율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품목별 세율을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걱정스러운 뉴스가 연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받을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관세와 무역전쟁은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지만 미국의 경제 기반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관세와 무역 긴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성장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예고됐거나 향후 시행될 관세에 따른 영향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국 경제는 별다른 혼란 없이 잠재적 충격을 흡수해 가고 있다.이와 관련해 최근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미국과 다른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무역 비중 낮고 금융 강한 미국
무역 마찰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서 미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데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예컨대 2000억달러의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200억달러, 즉 GDP의 0.1% 정도 영향이 있을 뿐이다.반면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확연히 작고 개방적인 구조를 가진 다른 국가들은 심화되는 무역전쟁으로 성장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세와 수입 규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역 긴장의 악영향이 간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금융시장이다. 무역 긴장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과 중국 등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각국 금융시장에 여파가 반영됐다. 주가는 하락했고 달러화 환율은 상승했다. 지난 6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5% 이상 오르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6%가량 절상됐다. 이 같은 반응은 기업과 소비자가 은행 등에서 자금을 빌리는 비용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미국 금융시장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자금이 몰려드는 등 가장 안정적이다.
기업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는 커다만 무역전쟁이 기업 신뢰지수를 떨어뜨려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수입품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관세로 인해 높아진 수입품 가격은 이들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킨다. 수출 기업들 역시 교역 상대국들이 부과하는 보복관세로 인해 해외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 최근 공표된 관세는 대부분 지난 7월초 발효됐고, 나머지는 몇 달 후 시작될 예정이다.
무역 마찰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금융시장은 강력하기 때문에 무역 긴장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만큼 심각하진 않을 전망이다. 무역 마찰이 경제 성장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이기는 하나 아직 성장 전망치를 조정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향후 수개월 동안 무역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는 있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전문은 한경닷컴(hankyung.com)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