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원자재값 상승·규제까지… '3重苦' 국내 제강사, 적자 속출

지금 산업 현장에선

동국제강·대한제강 적자 전환
전기로 고철 녹여 철근 만드는데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 급감
원자재값도 작년보다 25% 올라

"中 등 경쟁국은 요금 내리는데…"
산업용 전기료 언제든 오를 가능성
온실가스 배출 규제까지 '발목'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제강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뚝 떨어졌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수요 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 높아진 수출 장벽의 여파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기 요금 인상,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규제까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제강사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제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6172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7713억원)보다 5.6% 줄었고,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753억원) 대비 56.7%나 감소했다. 순이익은 684억원에서 60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다른 제강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289억원, 순이익 215억원을 냈던 대한제강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억원)과 순이익(-23억원)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한국철강의 영업이익은 285억원에서 130억원으로, 환영철강공업은 319억원에서 16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건설 경기 침체가 지목된다. 제강사는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주요 생산 품목은 철근, 형강 등 건설용 자재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주택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공공 수주마저 이를 보완하지 못하면서 철강 수요가 줄었다는 게 제강업계의 진단이다.

지난 6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낸 ‘2018년 하반기 건설·주택 경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는 작년보다 14.7% 감소한 136조8000억원으로 전망됐다.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 3년간 이어진 호황이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공공수주(40조5000억원)도 2014년 이후 최저치로 예상됐다.꾸준히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도 제강사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이달 기준 t당 35만9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25% 올랐다. 부원료 가격은 인상 속도가 더 빠르다. 제품의 강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합금철인 페로바나듐 가격은 이달 기준 t당 8만1000달러(약 9093만원)로 전년 동기(4만2550달러)보다 2배가량 올랐고, 전기로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전극봉은 지난 2분기 기준 t당 1만1254달러로 1년 만에 약 5배 가까이 급등했다.

전기로가 핵심 설비인 제강사로서는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려다가 올해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내년 이후 또 인상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상 시기를 연기한 것일 뿐 인상 철회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미국, 중국, 대만 등 철강 경쟁국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제강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6월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이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5640만t에서 9860만t으로 약 75% 늘었다. 또 다른 제강사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세를 적용하면 산업계의 추가 부담은 연간 1조1000억원에 이른다”며 “철강·석유화학업체들은 이미 고효율의 온실가스 저감 장치를 갖춰 더 이상 감축 여지도 없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