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후폭풍… 美 기업도 생산비용 ↑

신 팍스 아메리카나

할리데이비슨 공장 해외이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국 상품에 관세 보복을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은 공장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철강 등 소재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을 줄이는 기업도 생겨났다.

제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6월 말 위스콘신주에 있는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맞서 EU가 미국산 철강과 오토바이,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EU의 관세 부과로 할리데이비슨은 종전 수출가격의 6%이던 관세율이 31%로 크게 뛰면서 부담이 급증했다. 오토바이 한 대당 평균 2200달러(약 24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최대의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넨트스틸앤드와이어는 수입 철강 관세가 25%로 상승한 뒤 나사못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주문량이 급감했고 최근 근로자 60명을 해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전쟁에 미국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철강 관세가 대량해고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빅3’ 자동차 제조회사는 통상갈등 여파로 올해 실적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철강 등 원자재에 고율 관세가 붙으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한 데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실적 눈높이를 끌어내린 것이다.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과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 항공업체 보잉 등도 올해 실적 전망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