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체제차이 아찔한 순간도… 삼촌·조카 북미관계 논쟁

南요원 "표창장 내려라" 권유에 "최고존엄 어떻게 내리느냐" 거부
감격이 넘치는 이산가족 상봉장이었지만, 오래도록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가족들 사이에서는 다소 어색한 순간이 빚어지기도 했다.북미관계를 두고 남북의 가족들 간에 아찔한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 차성일(50) 씨가 "큰 아버지. 죽기전에 고향에 한번 오라요.

통일이 빨리 와야지요"라고 하자 "그래 빨리 통일이 와야지"라고 답했다.그러자 성일 씨가 "미국 놈들을 내보내야 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행을 안 한다는 말예요"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차제근 할아버지는 "6·25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하자, 차성일 씨는 양손을 저으며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놈들이 전쟁한 거예요.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차제근 씨는 "그래. 그건 잘한 거야"라고 웃으며 논쟁이 마무리됐다.

북측 가족들은 북한 당국에서 받은 표창을 남측 가족에게 자랑하기도 했다.권석(93) 할머니의 손자 리철(61)·리윤(56)씨는 평양곡산공장에서 재직하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받은 훈장 6개를 가져와 할머니에게 보여줬다.

이금연(87) 할머니의 올케 고정희(77)씨와 조카들은 이 할머니의 둘째 남동생 리근춘씨가 과거 받은 '애국열사증'을 들고 나왔다.

북측 가족이 표창을 자랑하기 위해 테이블에 꺼내 놓는 과정에서 남측 지원요원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정례(86)씨의 북측 조카 주영애(52)씨가 받은 김일성 표창을 자랑하자 남측 지원요원은 표창장을 테이블 아래로 내릴 것을 여러 차례 권유했다.

그러나 주영애씨는 "최고 존엄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느냐"며 거부했고 남측 지원요원이 뒤집어 두는 것을 제안하자 "뒤집는 것은 더욱 안 된다"며 반발했다.

남측 지원요원이 "알겠다, 알겠다.아까 다 봤지 않냐"며 표창 덮개를 닫을 것을 요구하자 북측 보장성원이 "가족들이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가만히 뒤에 계시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