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소비자가 유통·식품 시장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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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1
똑똑한 소비
인공지능으로 취향 담긴 상품 추천 받고
백화점서 '워라밸 특강' 즐기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세계백화점은 모피를 들고 나왔다. 과거 ‘사모님 모피’로 불렸지만, 패션업체와 연계해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색감을 화려하게 바꿔 진열했다. 2015년까지 급감하던 모피 매출이 올 상반기엔 1년 전보다 24% 더 늘어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상당수가 2030세대였으며, 이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점은 기세를 몰아 17일부터 1주일간 최대 80% 할인하는 모피전을 열고 있다.빈폴도 2030 여성 직장인을 겨냥해 액세서리를 내놨다.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직장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캐주얼을 강화했지만 더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똑똑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 안달이다. HMR 시장이 급성장하자 빙그레도 HMR 전략을 강화했다.‘메로나’로 유명한 빙그레가 HMR을 돌파구로 삼았다는 것은 많은 걸 의미한다. 빙그레는 지난해 덮밥 5종에 이어 볶음밥 5종을 내놨다. 참치김치, 소불고기, 안동찜닭, 마파두부, 치킨카레 덮밥과 토마토계란, 파인애플새우, 차돌김치, 대패삼겹, 닭갈비 볶음밥 등 일반 식당에서 인기가 높은 식품으로 제품 구성을 정비하고 원물 재료를 큼지막하게 썰어 똑똑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어필뿐 아니라 최근엔 이마트에도 진출해 접근성을 높였다.
‘양반’ 브랜드로 알려진 동원F&B는 죽으로 여름 보양식 시장뿐 아니라 한 끼 식사에도 도전 중이다. 양반죽은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고 별도로 조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방에서 ‘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00% 국내산 쌀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데, 이 기세를 몰아 정찬(正餐) 개념의 HMR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 모습도 한국 전통 장독대가 연상되는 모양으로 개편했다.
매일유업은 어린이를 겨냥해 차를 내놨다. 아이를 타깃으로 하지만 똑똑하고 깐깐한 젊은 엄마들이 고객이다. 100% 국내산 원재료를 써서 ‘요미요미 안심아이차 2종(보리·현미)’을 출시했다. 용기는 친환경 종이 소재를 썼다. 아이가 먹기 쉽게 힘을 줘도 넘치지 않으며 빨대가 있어 혼자 마실 수 있다. 기존 알루미늄 캔 대비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손가락 길이까지 연구하는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핑거 그래픽 라이너’를 내놨다. 손떨림 없이 정교하고 선명하게 아이라인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유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여성 손가락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핑거 그립 핸들’을 만들었다”며 “메이크업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도 피로를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여기에 ‘워터&스? 프루프 포뮬러’란 성분이 들어 있어 바르자마자 내용물이 눈가 피부에 밀착돼 물과 땀에도 번짐이 없다고 한다.
에버랜드는 성수기를 피하는 알뜰 ‘늦캉스족’을 노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26일까지 캐리비안베이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오후에 에버랜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게 대표적이다. 공포체험과 밤공연까지 더하면 ‘3색 바캉스 코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밤공연에는 ‘인디뮤직 페스타’를 마련, ‘뷰티핸섬’ ‘엔분의일’ 등 인디밴드가 공연한다. 24~26일 하루 3회씩 열리는 공연은 에버랜드 이용객에겐 돈을 받지 않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