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면사무소서 70대 귀농인 엽총 난사해 공무원 2명 사망

주민 1명도 총상…오전에 파출소서 엽총 출고 "엽총 3∼4발 쏴"
"주민과 물 문제로 잦은 다툼"…경찰 "허가받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경북 봉화에서 70대 귀농인이 상수도 사용 문제로 마찰을 빚던 이웃에게 엽총을 쏜 뒤 면사무소에 들어가 다시 엽총을 발사해 공무원 2명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봉화 소천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2명은 귀농인 김모(77)씨가 쏜 엽총에 가슴 등을 맞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김씨는 면사무소에 가기 전 인근 사찰에서 주민 1명에게도 총을 발사해 이 주민이 총상을 입었다.

김씨는 이웃 주민과 상수도 사용 문제로 마찰을 빚었고 소천면사무소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김씨가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았고 엽총 출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총을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진정서가 제출된 바 있어 총기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수호 기자 촬영]

◇ 엽총으로 주민 쏜 뒤 면사무소 들어가 난사…공무원 등 3명 사상
21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1분께 봉화 소천면사무소에 김모(77)씨가 들어가 직원들에게 총을 발사해 민원행정 6급인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가 크게 다쳐 닥터 헬기와 소방헬기로 병원으로 옮겼다.손씨는 가슴 명치와 왼쪽 어깨에, 이씨도 가슴에 총상을 입어 심정지 상태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피의자 김씨는 앞서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봉화군 소천면 임기역 인근 사찰에서 주민 임모(48)씨에게도 엽총을 쏴 어깨에 총상을 입혔다.

임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김씨가 처음 총을 쏜 현장인 사찰과 소천면사무소는 3.8㎞ 거리로 김씨는 1차 범행 후 자신의 차로 면사무소까지 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면사무소에서 총을 난사한 직후 민원인과 직원 등에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50분께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엽총을 출고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면사무소 문 열자마자 '손들어' 소리친 뒤 엽총 쏴
김씨는 면사무소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한 직원에게 '손들어'라고 외친 뒤 곧바로 총을 발사했고 연이어 인근에 있던 다른 직원 1명에게도 총을 쐈다.

한 목격자는 "민원인이 면사무소 정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손들어'라며 느닷없이 총을 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면사무소 안에서 총을 1∼2발 더 쐈지만 추가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 현장에 있던 민원인과 직원 4명에게 제압당한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사건 현장에는 임신한 직원 등 10여 명이 있었고 총소리와 끔찍한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일부 여직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면사무소 뒤편 1층 유리창은 김씨가 쏜 총에 맞아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면사무소 한 직원은 "민원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갑자기 엽총을 쐈는데 경황이 없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 2발 이상 쏜 것 같다"며 "면사무소에 있던 민원인 1명과 직원이 범인을 제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봉화군 측은 김씨가 엽총을 3∼4발 난사했다고 전했다.

◇ 귀농인으로 상수도 사용 문제로 이웃과 마찰…열흘 전 면사무소에 민원제기
피의자는 4년 전인 2014년 11월 귀농해 소규모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으며 최근 폭염과 가뭄에 상수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이웃과 마찰을 빚었다.
김씨는 10일 전 상수도 사용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소천면사무소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이번 사건으로 어깨에 총상을 입은 이웃 주민 임씨와 상수도 사용 문제로 자주 마찰을 빚었고 최근에도 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피의자 김씨가 물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자 면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찾아 임씨와 물 사용 문제를 조율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선섭 봉화경찰서장은 "김씨가 봉화에 와 수도관을 설치했고 임씨 등 3가구가 물을 같이 당겨 쓰자고 해 나눠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김씨가 물이 잘 나오지 않자 고지대에 사는 임씨 때문이라고 여겨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면사무소를 찾아 물 관련 민원을 넣었는데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환경 관련 민원도 제기했는데 면사무소에서 예산 등 이유로 바로 처리가 안 돼 불만이 쌓인 것 같다"고 밝혔다.

피의자 김씨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으며 한 주민은 김씨가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 전했다.

◇ 엽총 출고 과정 문제없었나
경찰은 김씨가 총기 허가를 받아 엽총을 정상적으로 출고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총상을 입은 임씨가 "김씨가 위협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가 열흘 전께 "김씨가 나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한 주민이 제삼자에게 들었다고 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경찰은 진정서를 낸 뒤 김씨에게 총기 출고를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서 사실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해당 주민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위협했다는 근거가 없는 데다 총기가 정상 허가가 난 점을 고려해 출고를 해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총기 출고를 왜 해주지 않느냐고 해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며 "총기 허가도 받았고 진정 내용도 다르고 해 출고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60년 전 상해로 벌금을 낸 적이 있고 도로교통법 위반이 1건 있을 뿐 다른 전과는 없다고 밝혔다.

◇ 경찰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
경찰은 직원 등이 제압한 피의자를 넘겨받고 범행에 사용한 엽총을 압수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피의자 김씨가 지인에게 총을 쏜 뒤 면사무소를 찾아간 경위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5발 장전이 가능한 산탄 엽총으로 1차로 사찰에서 3발을 쐈고 이후 면사무소에서 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물 다툼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이날 중으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한편 숨진 공무원 2명의 빈소는 봉화해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