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요금 전쟁 2라운드… 고가 유도·집토끼 잡기에 초점

완전 무제한 강화…5만원대 이하 데이터는 평균 사용량 못 미쳐
21일 LG유플러스가 신규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으면서 이동통신 3사의 요금 전쟁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3사 모두 기존 유사한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점은 긍정적이지만, 고가 구간에 혜택을 집중해 고객들이 더 비싼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점은 여전했다.

데이터 공유를 앞세워 기존 고객 잡기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사의 신규 요금제는 6만9천원대 이상부터 데이터 제공량이 폭증하는 점이 특징이다.3사 중 어느 회사에 가입하더라도 6만9천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월 100GB가 넘는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여기에 속도 제한(5Mbps) 조건을 추가해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바로 한 단계 아래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4∼6GB 안팎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하지만 5만원대 이하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5만원대 요금제에서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기본 데이터는 6.6GB이다.

LTE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6월 기준 7.4GB)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기존 요금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3사 모두 5만5천원 안팎에서 약 6GB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

평균적인 스마트폰 이용자가 5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했다가는 데이터 빈곤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를 좀 더 쓰고 싶다면 더 비싼 신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KT는 데이터 제공량을 1GB 늘리고 속도제한(1Mbps) 조건을 추가하면서 기존보다 6천원 더 비싼 상품(데이터온 톡)을 내놓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4만9천∼5만9천원대 신규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는 기존과 유사하지만 속도제한(1Mbps) 조건이 추가되면서 요금은 2천∼4천원 더 올랐다.

LG유플러스는 기존보다 2천원 저렴한 월 4만4천원대 2.3GB 상품도 함께 내놓았지만, 속도제한(400kbps) 조건을 추가하면서 기존 비디오 데이터 1.1GB 제공은 제외했다.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 김세라 상무는 "기본 데이터를 다 쓰고 400kbps 속도 제어하는 부가서비스(안심옵션) 가격이 월 5천500원인데, 이걸 요금제에 녹여 넣었다고 보면 된다"며 "안심옵션을 쓰는 고객이 40%에 육박하는데 (별도 가입 없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3사가 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보다 크게 늘린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노년층이나 청소년 등 일부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늘린 것도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계산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요금제를 낮추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쓰려면 가족이나 지인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모두 같은 통신사여야 하고,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요금제로 갈아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거꾸로 이통사 입장에서 데이터 공유와 결합 할인을 통해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동시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통사들이 갤럭시노트9 출시에 맞춰 신규 요금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갤럭시노트9과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폰은 고가 요금제 가입 비율이 높아 ARPU 증가에 도움이 된다.실제 SK텔레콤 신규 요금제 'T플랜'에 가입한 갤럭시노트9 예약 고객의 60% 이상이 6만9천원대 이상 요금제를 선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