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꿈같은 만남이건만… 건강 때문에 일부 상봉 포기

90대 이상 고령자 많아…북측 가족들 아쉬움 표시
북측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남측 이산가족 중 일부가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21일 단체상봉을 불가피하게 포기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이번 상봉에는 90대 이상의 고령자가 34명이나 포함돼 어쩌면 예정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온 강화자(90) 씨는 몸 상태가 안 좋아 21일 오후에 열린 단체상봉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단체상봉 포기 의사가 북측에 전달돼 북측의 가족들도 상봉장에 나오지 않았다.다만 강씨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과 객실 중식에는 참가해 조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한신자(99) 씨도 꿈에도 보고 싶던 두 딸을 만나러 금강산에 왔건만 이날 오후 단체상봉이 시작됐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북측의 두 딸 김경실·김경영 자매는 밝은 표정으로 상봉장에서 남측의 어머니를 기다리며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어머니를 봐서 정말 너무 좋지요"라며 환히 웃기도 했다.하지만 단체상봉이 시작된 지 10분이 지나도록 남측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자 이들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오후 3시 15분께 한씨가 남쪽에서 낳은 딸 김경복 씨가 상봉장에 들어와 한씨가 피로가 쌓여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강산 방문에 동행한 한씨의 아들 김경식 씨가 모친과 함께 숙소에 남았다고 했다.경복 씨가 북측 언니들에게 귓속말로 어머니가 쉬셔야 하는 상황이라고 얘기하자 그제야 두 자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북측의 두 딸은 어머니를 못 보는 줄 알았지만, 상봉 종료 5분을 앞둔 오후 4시 55분께 한씨가 상봉장에 나타나면서 다시 만났다.

한씨는 아들 경식 씨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아 다시는 놓고 싶지 않다는 듯 북쪽 딸들의 손을 꼭 붙잡았다.

경식 씨는 북측 누나들에게 "어머니 괜찮으세요.

피곤하셔서 그랬어요"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미소를 지었다.

잠시 뒤 상봉 종료 방송이 나왔는데도 한씨는 아쉬운 표정으로 딸들의 손을 계속 꼭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쪽의 자녀들이 "어머니 내일 또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말해서야 한씨는 겨우 출입문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온 김달인(92) 씨 역시 건강상태가 안 좋아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상봉장에는 김씨의 여동생 김유덕(85) 씨가 아들과 함께 먼저 도착했다.

남측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북측 보장성원이 다가와 "제일 나이 많은 분은 건강 때문에 못 오고 동반자분만 오세요"라고 전했다.

이어 김씨와 함께 방북한 김씨의 부인 황정희(82) 씨와 이들의 딸 김순옥 씨가 나타나 유덕 씨에게 "오빠(김달인)가 오늘 어지러우시대서 못 오셨어"라고 설명했다.

남쪽의 조카가 북쪽 고모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써 밝게 웃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건넸지만, 유덕 씨는 조카가 건네준 다과를 받기만 했을 뿐 입에 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상봉장 입구 쪽만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혹시나 모습을 드러낼지 모를 오빠를 기다리는 듯했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 중에서도 건강 문제로 단체상봉 도중 퇴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조혜도(86) 씨는 상봉 도중 북측 언니 조순도(89) 씨에게 소화약을 건넸다.

하지만 언니는 그 약을 먹지 않고 한복 치마를 들더니 허리춤에 있는 바지 안주머니에 넣었다.

상봉 내내 순도 씨는 계속 불편해하는 모습이었고, 이에 남측의 동생은 언니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열을 체크하기도 했다.

결국 동생은 상봉 종료 10분 전께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먼저 나갈 수는 없냐"고 물었고, 순도 씨는 북측 관계자들이 가져다준 휠체어를 타고 상봉 종료 방송을 5분 앞두고 먼저 퇴장했다.조씨는 "개별상봉 이후에 언니가 쉬지 못하고 바로 나와서 너무 힘들어한다"며 "나도 힘든데 언니는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