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김한별 "같은 유니폼 입었다면 남북 중요치 않죠"

귀화 7년 만에 태극마크 달고 첫 종합대회 출전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뛰는 여자농구 단일팀에서 외견상 가장 '이질적인' 선수는 북한 선수가 아닌 남측의 김한별(삼성생명)이다.경기장을 찾은 외국 기자들은 노란 염색 머리를 한 이국적인 외모의 김한별에 관심을 보인다.

한국 기자에게 김한별의 출생지를 묻기도 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영어가 가능해 보이는 김한별에게 마이크를 집중적으로 들이댄다.

'라건아'가 된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그렇듯 '킴벌리 로벌슨'이었던 김한별에게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나서는 종합대회다.미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출신의 김한별은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한 후 2011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곧바로 태극마크도 달았지만 부상과 팀 적응 문제로 수년간 A매치를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결국 김한별은 귀화 6년 만인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했고, 곧 이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했다.이번 대회에서 김한별은 남측 선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1차 인도네시아전에서 12득점, 2차 대만전에서 26득점을 올리고 인도를 상대로 한 3차전에서도 14분만 뛰고도 9점을 뽑아냈다.
북측 선수 3명이 합류해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이번 여자농구 대표팀은 이질적인 남북 선수들의 얼마나 호흡을 맞추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스스로도 이방인이었던 김한별에겐 남북의 구분이 무의미하다.지난 20일 인도전 이후 기자들 앞에 선 김한별은 북측 선수와 함께 뛴 소감을 묻자 "나와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면 내겐 아무 상관 없다"며 "남이든 북이든 우리는 모두 한 팀"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던 김한별은 북측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한국말이 아직 유창하지 않은 김한별은 서툰 한국말로, 때로는 통역의 도움을 받아 북측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다.

북측 로숙영과 경기 중 꿀밤을 때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코트 안에서의 호흡도 돋보이는 로숙영에 대해 김한별은 "좋은 선수"라며 "매우 열심히 연습하고 스텝이 무척 빠르다"고 평가했다.

단일팀으로 세 번의 경기를 치른 김한별은 "우리팀의 리듬을 찾았다.다음 경기에도 이어지길 바란다"며 2연패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