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카누 단일팀 막내 이현주 "힘들 땐 다 같이 아리랑을 불러요"

용선 드러머로 남자팀 '홍일점'으로 출전…북측 선수도 "한민족이라 마음 통해"
"제가 처음 아리랑을 부르면서 북측 선수들이 잘 알까 걱정했는데, 한 소절을 부르자마자 북측 오빠들이 같이 따라 불러주셔서 깜짝 놀랐어요."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 가운데서도 남자팀의 홍일점 이현주(16·대구수성고)가 말했다.

카누 용선은 노를 젓는 사람 10명과 배의 방향을 잡는 키잡이 1명, 북을 치는 드러머 1명으로 구성되는데 남녀부를 정하는 기준은 노를 젓는 패들러에만 적용된다.

이번 대회 남자팀 드러머로는 남측 여자 선수인 이현주가 출전한다.몸무게가 가벼운 만큼 스피드를 내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21일 밤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도착한 남북 단일팀은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인 22일 오전부터 경기장인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 카누 용선은 남녀 200, 500m와 남자 1,000m 등 5개 종목에서 펼쳐진다.
'북 치는 소녀'인 이현주는 22일 훈련에 앞서 아리랑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선수들이 힘들 때 다 같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훈련 강도가 세서 남측이나 북측 오빠들이 훈련을 울면서 할 정도로 힘든데 그게 보이니까 저도 북을 칠 때마다 미안하다"고 훈련 분위기를 소개하며 "그래도 힘들 때마다 다 같이 아리랑을 부르면서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카누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리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다가 이제는 북측 선수들과 같이 '힘내자'라는 우리 말로 구호가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현주는 "아리랑은 딱 힘들고, 멘털(정신력)이 깨질 것 같을 때, 아니면 중요한 기록을 재기 전에 부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이 금메달을 따면 시상대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역시 아리랑이다.

이현주는 "아마 여기서 아리랑을 들으면 다 같이 안고 울 것 같다"며 "오빠들도 다 같이 도착해서 아리랑을 부르자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장에 오면 부담감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될 줄 알았는데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오히려 떨리지도 않고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북한 선수들이 용선보다 주로 일반 카누를 타던 선수들이 많았지만 워낙 체력이나 기량이 좋아 1주일 만에 금방 적응했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여자 단일팀의 북측 선수 도명숙도 "북과 남이 서로 한민족이니까 마음이 통한다"며 "힘도 융합이 잘 되고 모든 것이 다 잘 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도명숙은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냐'는 말에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라며 자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