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인상 카드에도 부동산 시장 '잠잠'… "영향 적을 것"

"세금 많이 내도 집값 더 오른다"…주요 아파트 속속 '신고가'

"공시가격 현실화 영향이요? 글쎄…두고 봐야 하겠지만, 세금보다 집값 상승이 가파른데 팔 사람이 있을까요?"2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결산·업무보고에서 서울 등 집값 급등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을 내년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김 장관의 발언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집값이 수천만원씩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 수십만∼수백만원 때문에 집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상승장 속에서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매수 문의는 계속 이어졌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세금이 얼마나 더 나오는지, 지금 집값이 꼭대기는 아닌지, 사는 시기를 늦춰야 하는지 등을 묻는 문의는 있었다"며 "하지만 공시지가 인상이나 추가 규제가 매수를 포기할 만큼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여전히 집주인은 매매를 안 하려고 하고 매수자는 조금 더 주더라도 사려고 한다"며 "공시지가 인상이나 추가 규제 가능성에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다.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주 전용 59㎡가 11억원에 거래됐다.

중개업소 대표는 "그나마도 현재는 11억원이 최소가격"이라면서 "11억2천만∼11억3천만원을 주더라도 사겠다는 대기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과 여의도는 통합개발에 대한 기대가 세금 인상 우려를 덮었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84㎡는 14억5천만원, 한강맨션 전용 167㎡는 30억원, 래미안 첼리투스 전용 124㎡는 28억5천만∼30억원에 거래됐다.

대부분 기존 최고가(실거래가 기준)를 경신한 금액이다.

이촌로의 중개업소 대표는 "수요가 많아서 물건이 나오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면서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고 해도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효과가 있을 뿐 집값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 내 중개업소 대표는 "공시지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상승세를 꺾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이른바 '마·용·성'에 속한 마포나 용산만큼 열기가 뜨겁진 않다.

하지만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59㎡의 8월 실거래가는 10억1천만원으로 지난 6월 9억4천만원보다 7천만원 올랐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관망하고 있지만, 호가는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이 여러 차례 나오다 보니 이젠 매도인이나 매수인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규제는 센데 가격은 오르니 매수인, 매도인, 임대인, 임차인 모두 불만이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