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 사건으로 11번이나 압수수색… '인권수사' 흐름 역행하는 윤석열號

"권력형 사건도 이러진 않는데
먼지털기식 수사 우려 목소리"
인권부 만든 문무일 총장 '머쓱'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한 사건을 두고 압수수색만 11번 하는 건 비정상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도 이렇게는 안 한다. 검찰 내에서도 인권수사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한 현직 부장검사가 ‘삼성 노조 와해 수사’에 대해 내놓은 쓴소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지난 20일 삼성경제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연구소 모 연구원이 2011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는데 이 문건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삼성 노조 와해 수사와 관련해 11번째 압수수색으로 특수수사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통상 특수수사는 한두 번의 압수수색 이후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전방위 압박 수사를 펼친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게 특수통 출신 변호사들과 검찰 내부 일각의 시각이다. 짧은 시간 안에 날카로운 칼로 도려내는 게 특수수사 기법인데,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 맞춰가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한두 달 안에 끝내야 할 수사가 반 년 동안 이어지면서 먼지털기식 수사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관련 수사에서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2016년 노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피의자 668명 중 106명만 기소됐다. 이 중 구속은 단 1명뿐이었다. 불구속은 24명이고 나머지는 약식기소됐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1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4명이 구속됐다. “노조법 위반은 대부분 사적거래와 관련한 것이어서 인신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법조계 견해와도 반하는 행보다. 담당 검사들은 “죄가 있는데 처벌은 하지 말라는 거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모든 죄를 찾아내겠다는 식의 수사는 전근대적인 검찰의 모습이라는 게 검찰 출신들의 지적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대검찰청에 인권부를 신설했다. 검찰의 인권 침해 수사 사례를 감시하는 부서다.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특수부를 5곳만 남기고 폐지하기로 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하지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스타일은 이와 정반대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법조계는 삼성 노조 와해 수사가 대검 인권부의 역할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