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비상] 흔들리는 타워크레인… "바람아 멈추어다오"

타워크레인은 강풍에 회전해야 안전…건설현장 긴급점검

제19호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을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신청사 공사현장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였다.
평소 220명가량의 작업자로 북적이던 이곳에는 이날 관리자와 비상근무자 등 30여 명만이 나와 시설물을 점검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해 시끌벅적한 공사장 소음 대신 적막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사는 이미 전날 멈췄다.

대신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임시가설물)에 철골 구조물을 덧대 보강하고, 추락 안전망이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조이는 등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수작업이 부랴부랴 진행됐다.용인시 기흥구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도 태풍 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역시 공사가 중지된 가운데 작업자들은 환기를 위해 열어뒀던 창문을 모두 닫고 바닥에 떨어진 장비들을 정리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마감 공사를 위해 준비해 둔 각종 자재는 노끈과 비닐 막으로 꼼꼼히 묶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한곳에 모아뒀다.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타워크레인을 비롯한 구조물의 전도 등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전국의 건설현장에는 이날 이처럼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공공과 민간 공사장에서 모두 2천748대의 타워크레인이 운용 중인 경기도는 공사현장과 주요 건축물, 옥외시설 등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을 벌였다.

경기도는 현장점검에서 쓰러질 경우 대규모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에 대해서는 마스트(기둥)와 가로축인 지브(jib)를 연결하는 부위의 브레이크를 풀어 지브가 바람 방향에 따라 자연스레 돌아가도록 했다.브레이크를 풀지 않으면 지브가 바람에 버티게 되고 일정 강도 이상의 바람이 불어 더는 버티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 꺾이거나 마스트와 함께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 신청사 공사현장에서는 이렇듯 타워크레인의 브레이크를 풀어놨고 용인의 아파트 공사현장은 아예 마스트와 지브를 접어 물이 고이지 않는 고지대로 타워크레인을 옮겼다.

반면, 공사현장의 가림막이나 공구와 합판 등 각종 자재는 바람에 쓰러지거나 날리지 않도록 와이어 등으로 단단히 고정하도록 했다.

또 강풍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침수 피해에 대한 대비 상황도 점검했다.

경기도청 신청사 공사 관계자는 "전날 양수기 2대를 추가로 설치해 총 8대의 양수기를 가동할 계획"이라며 "그런데도 터파기 공사를 해둔 곳에 물이 고일 경우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안전감시위원장은 "2003년 태풍 '매미' 때에는 강풍으로 전국에서 56대의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며 "타워크레인 브레이크를 반드시 풀어놓고 설치 높이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없어 제각각인 공사현장 가림막도 넘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경기도는 공사현장 외에도 간판을 비롯한 옥외광고판 1천303개에 대해 보호·철거 조처하고 선박 1천71척은 결박(763척)하거나 육상 인양(308척) 하는 등 태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에 대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