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위기의 승마' 자존심 지킨 김혁 "이제 미래만 생각할래요"

4년 전 정유라에 밀려 첫 출전…단체전 한국 선수 최고 성적 이어 개인전 동메달
"저에겐 힘든 일이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죠. 이젠 잊고 미래만 생각하고 싶어요."4년 전 석연치 않은 논란 속에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놓쳤던 김혁(23·경남승마협회)이 어렵게 밟은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한국 마장마술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혁은 23일 자카르타 국제승마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75.705%를 획득해 재클린 슈(홍콩·77.045%), 파틸 모드 카빌 암박(말레이시아·76.620%)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그가 첫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두 번째 메달이다.한국 승마가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처음이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는 금메달 두 개를 독식해왔다.

그나마도 이날 김혁의 동메달이 아니었다면 개인전에선 사상 첫 '노메달'이 기록될 뻔했다.
단체전에서도 정상 수성엔 실패했지만, 김혁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71.235%를 얻어 은메달 획득을 이끌고 한국 승마의 존재감을 빛냈다.

4년 전 인천 대회를 앞두고 '특혜 논란' 속에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밀려 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도 고민했다는 그는 한국 승마의 새 기대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혁은 "오늘 메달을 따려면 무조건 모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타려다 보니 다소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금메달이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그는 "협회 사정으로 이번 대회에 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많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와서 기뻤다"면서 "좋은 선배들과 와서 조언도 많이 듣고, 재미있게 잘한 것 같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4년 전 그 일이 언급되는 건 힘들고, 잊고 싶다.

앞으로만 생각하고 싶다"며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지만, 환경만 된다면 2년 뒤 도쿄 올림픽도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