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원장 "금융감독, 소득불균형 완화에 기여해야"

한경 밀레니엄포럼

윤석헌 원장, 스티글리츠 책 'the Great Divide' 인용해 금융철학 강조

지나치게 수익만 추구하는 기존 금융업계 관행도 비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3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저서 《더 그레이트 디바이드(the Great Divide)》를 인용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더 그레이트 디바이드’는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지점을 뜻하는 말로, 산에서 내려온 물이 태평양 또는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는 분기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경제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같은 갈림길에서 잘못된 정책이 선택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책 제목을 《더 그레이트 디바이드》로 지었다.

윤 원장은 잘못된 금융정책 및 감독정책이 경제 전체의 소득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이 저서를 예로 들었다. 또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금융의 발전이 정비례하지 않았으며 정보의 비대칭성과 복잡한 상품 설계 등으로 금융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앤디 홀데인 영국 중앙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금융이 자꾸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윤 원장은 라나 포루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부주필의 저서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Makers and Takers)》를 예로 들어 기존 금융 관행을 비판했다. 이 책은 금융이 제조업처럼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maker)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수익만 추구(taker)하면서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21세기 들어 금융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는 10% 미만이지만 소득 상위 0.1% 중 금융업 종사자의 비중은 20%나 된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소득불균형 완화를 위한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포용금융이 점점 더 중시되고 있다”며 자신의 금융철학을 내비쳤다. 그는 금융의 역할을 실물경제 성장 촉진, 금융자산 축적 지원, 성장과실 배분 개선 등 세 가지로 규정했다. 그는 19세기 영국 정치·경제학자 월터 배젓의 말을 인용하며 “금융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먼저 채워주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