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강북균형개발론' 후폭풍… 노원·은평 등 서울 외곽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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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서울 부동산 시장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과 정책이 서울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지난달 여의도 통개발과 용산역~서울역 간 철도노선 지하화 언급 이후 수혜 지역 부동산값이 급등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뒤질세라 뒤따라 오르면서 지난 4월 이후 잠잠하던 서울 요지 집값이 들썩였다. 박 시장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주 옥탑방 한달살이를 끝내면서 ‘강북균형개발계획’을 내놓자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졌다. 매수희망자들이 높아진 호가에도 집을 사겠다고 달려들면서 거래량은 줄었지만 체결만 되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집값 급등세 서울 전역 확산
흑석뉴타운 일대 최고 급등
집주인들 "앞으로 더 오른다"
내놨던 매물 거두고 계약 취소
통합개발·교통인프라 호재
"지금 사자" 실수요자도 몰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매물이 한두 건 나올 때마다 매수희망자가 여러 명 달려들어서 호가가 더 올라가고 있다”며 “다주택자는 더 이상 집을 사지 않고 있고 실수요자 힘만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서울 모든 구 상승폭 확대
23일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7% 상승했다. 지난주(0.18%)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폭이 커졌다. 30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곳은 동작구(상승률 0.8%)다. 한국감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동작구의 주간 변동률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흑석동 명수대현대 전용 147㎡는 지난주 14억원에 거래됐다. 이전 마지막 거래가는 지난해 9월 11억9700만원이었다.노량진뉴타운에선 집주인들이 가계약을 맺었다가 철회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인근의 쌍용예가 전용 114㎡는 지난주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5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이후 같은 주택형의 다른 매물들은 거래를 모두 보류했다.
노량진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가격을 높여서 내놓은 매물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 가격엔 못 판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집주인이 몇천만원의 가계약금을 받아 놓고도 계약을 철회한 사례도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호재가 있는 강동구(0.66%), 마곡지구 개발이 진행 중인 강서구(0.53%) 등의 상승폭도 컸다. 박 시장의 신도시급 개발 언급 이후 서울에서 가장 먼저 급등하기 시작한 용산구(0.45%)와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0.51%)도 두 달째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4개 경전철 계획 발표의 수혜지역인 양천구(0.56%) 동대문구(0.34%) 강북구(0.34%) 노원구(0.18%) 등도 급등했다. 노원구에선 이번주에만 신고가 단지가 4곳 나왔다.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 59㎡는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개월 평균매매가격(4억2400만원) 대비 3600만원 올랐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가격 상승폭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며, 다른 지역 상승폭에 비해선 아직 낮은 편”이라며 “강북 균형발전 계획이 나오자 그동안 소외됐던 강북·노원 등 서울 외곽지역 집값도 일제히 상승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실수요자 힘만으로 급등
한국감정원은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등세여서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852건으로, 최근 5년 평균인 1만113건보다 42.1% 감소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몇 달 만의 거래인데 대부분 신고가 혹은 고가이다 보니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상승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도시 개발 등 공급 대책이 없는 데다 대책이 나온다 해도 효과는 입주가 시작되는 5년 이후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이고,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서 매물도 대거 잠겼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 실수요자들이 지금이라도 사야겠다며 달려들고 있다”며 “당분간 서울 집값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