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사이트] LF, 패션·유통에 부동산금융까지… 사업 다각화 '승부수'

LF, 코람코자산신탁 인수…계열 분리 10여 년 만에 최대 M&A

2007년 LG그룹서 독립한 LF
식품·방송·건설 등 사업 확장

패션사업 정체 타개 위해
수익성 높은 부동산금융 진출
단숨에 매출 8%·영업익 60% ↑
▶마켓인사이트 8월23일 오후 7시15분

LF그룹의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는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패션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구본걸 LF 회장(사진)의 승부수다.

LF그룹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 회장이 2007년 LG상사의 패션사업부를 떼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회사다. 구 회장의 아버지는 구인회 창업주의 차남인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이다. LF는 ‘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라푸마’ ‘질스튜어트’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LF는 국내 패션시장 정체가 장기화하면서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LG패션에서 LF로 이름을 바꾸면서 식품과 유통사업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2015년 라이프스타일 전문 케이블 방송 ‘동아TV’에 이어 지난해 여행전문채널 ‘폴라리스TV’를 인수해 방송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밖에 화장품, 호텔, 아울렛, 건설 등 30여 개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10여 개 이상의 신사업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지만 그동안은 수백억원대 소규모 거래에 그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패션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 1조6021억원 중 90%가량이 여전히 패션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람코 인수는 부동산 금융회사를 인수해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로 LF그룹은 단숨에 매출 8%, 영업이익 60%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부동산의 관리·처분·개발을 위탁받는 사업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3위 부동산신탁회사다. 한국토지신탁(시장점유율 19.5%)과 한국자산신탁(17.9%), 코람코자산신탁(10.1%) 등 3대 업체가 시장의 47.5%를 점유하고 있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2001년 금융회사와 소액주주들을 모아 코람코의 전신인 코크랩(KOCREF)을 설립했다. 지난 2월에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새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업계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오피스 빌딩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과 손잡고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사옥을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코람코는 국내 오피스 빌딩 사상 단위 면적당 최고가인 3.3㎡당 3000만원, 총 7500억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241억원과 661억원(연결기준)이다. 영업이익률이 55%에 달하는 알짜회사로 통한다.

LF가 부동산신탁·운용이란 이종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배경에는 1990년 LG증권 재무팀으로 입사해 그룹의 주요 재무부서를 거친 구 회장의 금융·재무 경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예전부터 부동산 금융업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부동산신탁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함에 따라 안전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영효/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