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이케아 투톱' 예스페르 브로딘·토르비에른 뢰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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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조립도 레고처럼 쉽고 빠르게…“할 일이 많아 죽을 시간도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이케아(IKEA)의 ‘아이콘’ 잉바르 캄프라드 창업자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43년 스웨덴의 시골 마을에서 창업한 작은 상점을 75년 만에 363억유로(약 46조7800억원·2017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꾸준히 이케아 경영에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당연했다.
역발상으로 이케아 '제2 도약' 이끈다
"기존 틀 깨는 노력하자"
올초 창업자 캄프라드 타계 이후
각각 이케아그룹·인터이케아 맡아
VR 기술 활용해 온라인 쇼핑
아마존·알리바바 통해 판매도
현지화 전략으로 매출 확대
인도에선 힌두교 식습관 고려
'스웨덴 미트볼' 소고기→닭고기로
이슬람 국가선 여성 모델 안 써
초대형 매장 전략 변경
"도시 거주 인구 계속 늘어난다"
1000㎡ 이하 도심 소형매장 확대
이케아의 지배 구조는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절세 및 국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캄프라드를 정점으로 스웨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북유럽 여러 국가에 분산 설립된 재단법인들이 이케아 관련 기업을 제각각 소유하고 있다.그러나 이케아는 흔들림 없이 두 축인 이케아그룹의 예스페르 브로딘 최고경영자(CEO)와 인터이케아의 토르비에른 뢰프 CEO를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이케아그룹 CEO가 된 브로딘과 2015년부터 인터이케아의 CEO를 맡고 있는 뢰프는 스웨덴 일선 매장에서부터 경험을 쌓았다. 현장 경험이 있어야만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이케아 전통을 따랐다. 캄프라드의 세 아들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케아 지분을 가진 재단법인 등에 몸담은 채 최소한의 경영 감독만 한다.
◆온라인 시대 준비하는 이케아
이케아는 2016년 가구 제조와 연구개발을 인터이케아에 넘겼다. 기존 이케아그룹은 세계 쇼핑몰 등 유통을 전담한다. 회사가 두 개 그룹으로 분리된 것이다. 인터이케아는 그동안 브랜드와 특허를 보유한 지주회사 역할만 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유통기업과의 싸움에서 지더라도 가구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이케아는 디지털 시대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케아는 지난해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을 통해 가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체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팔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가구라는 품목 특성상 매출이 쉽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뢰프 CEO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 투자도 하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을 채우기 위해 애플과도 손잡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실을 비추면 이케아가 추천하는 가상의 가구를 화면에 배치해주는 서비스다. 가구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 기존의 다른 가구들과 어울리는지 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또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즉석에서 온라인으로 가구를 구입할 수도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가구의 품질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클릭’이란 새로운 조립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이케아 가구는 더 빨리 조립할 수 있다. 기존 이케아 렌치로 조여야 하는 볼트 혹은 나사못 없이 가구를 조립할 수 있게 했다. 레고와 같이 부품을 미리 드릴로 뚫어놓은 구멍과 연결못으로 합체한다. 브로딘 CEO는 클릭 시연에서 부엌 찬장을 1분 만에 조립하기도 했다.◆오프라인 매장을 문화공간으로
오프라인 판매 사업도 세계 각국에서 계속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케아가 지난 9일 인도 첫 매장을 하이데라바드시에 열고 거대한 인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게 대표 사례다. 이케아는 현재 50개국에서 41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부문 매출 신장이 지지부진함에도 10여 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성장한 비결이다.
이케아 매장은 가구만 파는 게 아니라 여가와 외식을 즐기는 문화공간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케아에서 가장 유능한 세일즈맨은 식음료 코너의 인기 메뉴인 ‘스웨덴 미트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한국에서도 2014년 경기 광명시에 매장을 연 뒤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있다. 광명시 매장은 첫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매출이 같은 기간 세계 이케아 매장 가운데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엔 세계 최대 규모(이케아 단일매장 기준)로 경기 고양시에 두 번째 매장을 냈고 부산과 강원 강릉, 서울 강동구 등에도 새로운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브로딘 CEO는 최근 더욱 정교한 현지 적응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인도 하이데라바드 매장에는 1000개의 식당 좌석을 마련했고 힌두교 음식 관습 등을 고려해 스웨덴 미트볼 재료를 소고기에서 닭고기로 바꾸고 채식주의자용 메뉴도 내놨다. 카탈로그를 제작할 때도 인도 주방용품 섹션에는 다양한 향신료통을 선보였다. 이케아는 중국에선 무거운 팬과 찜냄비 등을 내놓고 있다. 현지 정서를 감안해 이스라엘 유대교 지역과 이슬람권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선 여성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있다.
집이 작고 거리가 붐비는 홍콩과 날씨가 더운 중국 상하이 등의 이케아 매장은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널찍한 공간에 놓인 전시용 가구에서 잠을 자거나 앉아 있는 이들을 제지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주로 교외에 2만5000㎡ 이상의 초대형 매장을 열어 고객을 모으는 전략에서 벗어나 도심 매장도 추진하고 있다. 런던과 스톡홀름 등에 1000㎡ 이하의 작은 매장을 개장했고 앞으로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로딘 CEO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이케아 제품을 쉽게 만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